한국 프로야구가 다시 살아난데는 최근 몇 년동안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큰 영향을 발휘했다. 두 번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은 세계의 강호들을 연파하며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고, 이러한 기쁨은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그렇지만 과거 대표팀이 항상 좋은 성적만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회자되는 두 번의 '참사'가 있으니 바로 2003년 삿포로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이다.
야구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다. 뉴욕 양키스가 대만 프로야구 팀과 10번 맞붙어도 모두 이긴다는 장담을 할 수 없다. 그만큼 야구는 의외의 결과가 많이 나오는 종목. 하지만 두 대회가 지금도 참사로 회자되는 건 그 만큼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뜻도 되고 패배를 통해 잃은 것이 많았다는 의미도 된다.

2003년 삿포로 대회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벌어지는 대회였다. 일본에 지더라도 대만만 꺾으면 출전권 획득이 가능했던 상황. 당시 대표팀은 초호화 전력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대만에 4-5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당시 대만 선발은 왕첸밍이었고 한국은 이승엽-이종범이 맹타를 휘둘렀지만 마무리 조웅천이 9회 2점을 허용해 동점을 허용한데 이어 10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2002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고취됐던 한국 대표팀은 대만에 패배한데 이어 일본에도 0-2로 져 결국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또한 2006년에는 지금도 '도하 참사'로 회자되는 또 하나의 대만전 패배가 있었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은 대회 3연속 우승을 자신했다. 그도 그럴것이 연초 1회 WBC에서 맹활약을 펼쳐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자신감은 자만심으로 이어졌고, 아시안게임 대만전 2-4 패배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어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일본팀에도 패배해 동메달에 그쳤다.
현재 대표팀에서 두 번의 대회에 모두 참가한 선수가 있으니 바로 외야수 이진영(32,LG)이다. 그는 "2006년에는 (병역 혜택 때문에 미필 선수가 많이 나와) 최상의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2003년에는 정말 베스트로 나갔는데 져서 굉장히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그 때 경험으로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방심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두 번의 참사가 소득이 없는 건 결코 아니었다. 대표팀에 쉬운 상대라도 방심하지 않는 경각심을 심어줬고 2006년 도하 멤버들은 현재 대표팀의 핵심 선수가 됐다. 구본능(64) KBO 총재는 "도하 때 젊은 선수들이 많이 나가서 떨어졌지만 그 선수들이 지금은 대표팀 핵심 선수가 됐고 한국야구를 일으킨 스타가 됐다. 절대 의미 없는 패배가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도하 멤버 가운데 현재 대표팀에도 있는 선수는 장원삼, 오승환, 윤석민, 강민호, 이대호, 정근우, 이진영, 이용규 등이다.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도 도하 멤버였다. 도하에서 아픔을 맛봤던 이들은 고스란히 2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고 금메달을 국민들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지금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WBC 대표팀의 목표는 4강행. 일단 네덜란드, 호주, 대만으로 구성된 B조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분명 기량으로만 따지면 우리가 조 1위를 달성할 수 있지만 야구에는 의외성과 변수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과거의 참사가 현재 대표팀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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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