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빙하는 통역이 세상에 어디 있나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는 KBO에 소속되지 않은 매니저가 한 명 있다. 그는 연습 중에 배팅볼을 던져 주는것 말고도 여러가지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표팀 선수는 아니지만 때로는 젊은 선수들의 군기까지 잡는다. 그의 정체는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이대호(31) 매니저로 파견한 정창용(35) 씨다.
오릭스는 팀의 간판타자 이대호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 지난 시즌 통역을 맡았던 정씨를 이번 WBC에 함께 파견했다. 야구선수 출신인 정씨는 동국대에서 좌완투수를 했는데 박한이(삼성)과 동기였다. 정씨는 프로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대신 일본으로 건너가 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했다. 거기서 배운 일본어로 이승엽의 통역을 맡았고 이제는 이대호의 귀가 되어주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정씨와 함께 있었던 이승엽(37)은 정씨를 바라보며 "튜빙하는 통역이 세상에 어디 있냐"며 한 마디를 했다. 정씨는 이대호의 개인 매니저로 일하는 시간보다 대표팀을 위해 땀 흘리는 시간이 훨씬 많다. 가장 큰 역할은 배팅볼을 던져주는 것. 현재 대표팀에는 왼손으로 공을 던져 줄 사람이 부족하다.
이승엽은 "창용이가 배팅볼 던지려고 튜빙(두꺼운 고무줄을 한 곳에 매달아놓고 잡아 당기는 운동. 어깨 보강을 위한 운동이다)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무슨 선수도 아니면서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싫지 않은 듯 말했다.
그러자 정씨는 "형님, 제가 튜빙만 하는 줄 아십니까. 요즘 공을 하도 많이 던져서 아이싱까지 하고 있습니다. 저 아이싱 받으러 갈게요"라며 한 마디 하고 자리를 떴다.
이승엽은 정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저 친구가 대표팀에 와서 정말 고생 많이 한다. 공 던져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린 선수들의 군기를 잡기까지 하더라"고 고마운 듯 말했다. 지금은 선수가 아니지만 대학교 때까지 야구를 한 정씨이기에 승부욕은 선수들 못지 않다.
이대호의 매니저로 대표팀에 합류해 오히려 다른 일을 더 많이 하는 정씨다. 이대호는 "우리 매니저 얼굴보기 진짜 힘들다"고 툴툴 거리지만 항상 믿고 의지하는게 정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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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