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지대였던 SK 야수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명기(26)와 박승욱(21)이 그 바람을 일으키는 선봉장이다. 전지훈련에서 이만수 SK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으며 입지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SK는 올해 전지훈련의 화두를 ‘육성’으로 잡고 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새로운 피의 출현이 더디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SK가 주목하는 쪽은 야수진이다. 박정권 정근우 최정 김강민 박재상 조동화 등 기존 선수들의 뒤를 잇거나 이들과 경쟁해야 할 젊은 선수들의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만수 SK 감독은 플로리다 캠프를 떠나기 전 “지난해 마운드가 팀을 이끌었다면 올해는 야수들이 분발해야 한다”면서 젊은 피 육성을 공언했다. 그 결과 성과물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외야에서는 이명기, 내야에서는 박승욱의 이름이 가장 돋보인다. 선천적인 재능을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라 성장세도 빠르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야수 MVP로 선정된 이명기는 21일까지 가진 SK의 세 차례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모두 선발 톱타자로 나섰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으로 빠진 정근우와 무릎 부상으로 아직은 정상 컨디션이 아닌 김강민의 몫을 대체하고 있다. 성적도 괜찮다. 3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리는 등 11타수 4안타(.364) 2볼넷 1도루를 기록 중이다.
플로리다 캠프 당시 조이 코라 인스트럭터의 극찬을 받은 박승욱도 3경기에 모두 나섰다. 7타수 3안타(.429)의 타율은 물론 2타점과 도루 1개도 얻어냈다. 또 한화와의 2연전 중 하루는 선발 유격수로, 하루는 선발 2루수로 나섰다. 활용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잠재력만큼은 팀 내 야수 중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전 선수들이 빠진 상황이기에 상대적으로 두 선수가 더 돋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SK 코칭스태프는 두 선수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감독은 이명기에 대해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췄다. 군 복무를 하느라 야간경기를 많이 못 뛰어 감각이 떨어져 있었는데 금방 적응하더라.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라고 칭찬했다. 박승욱에 대해서도 “코라가 과연 만 19세의 선수가 맞느냐고 반문했을 정도다. SK 미래에 아주 희망적인 선수”라고 설명했다.
두 선수는 아직 1군 경험이 일천하다. 2008년 SK에서 데뷔한 이명기는 2010년까지 3년 동안 14경기에서 21타수 5안타(.238) 2타점에 그친 뒤 군 복무를 했다. 지난해 신인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박승욱도 1군에서는 1경기 출전에 머무르며 아쉬움을 남겼다.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이 급선무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전지훈련이 그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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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기(왼쪽)-박승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