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서글한 눈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꾸벅 숙이는 모습이 아직은 순수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연기라는 꿈을 말하는 목소리에서는 진지함이 묻어나왔다. 데뷔한 지 3년 차, 그 안의 변화가 감지됐다.
배우 박민우의 첫인상을 이렇게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장난기가 충만한 눈빛과 넘치는 에너지, 박민우에 대한 느낌이다. 어려보이는 얼굴 탓에 188cm라는 키가 낯설게 느껴졌고 귀여운 이목구비가 스물다섯이라는 나이를 무색케 만들었다.
tvN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로 데뷔,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최근 방영된 ‘플레이 가이드’까지 박민우가 보여준 색깔은 하나로 정리됐다. 무게감 보다는 유쾌함이 초점이 맞춰진 캐릭터. 그에 대한 인상도 캐릭터에 맞춰 굳어지기 마련이다.

“요즘 주력하고 있는 건 얼굴살 빼기예요. ‘더 바이러스’에서 맡은 봉선동이라는 역이 이전에 맡았던 캐릭터에 비해서 가볍지는 않거든요. 어린 캐릭터가 아닌데 저 스스로 볼이 통통해서 느낌이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서요. 운동도 하고 음식 조절도 하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배우들의 딜레마는 하나의 캐릭터로 이미지가 고착될 때 발생한다.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액션 등 한 분야로 이미지가 고정될 경우, 소화할 수 있는 작품이 급격히 줄어든다. 반대로 자신만의 색깔이 없으면 어떤 연기에서도 캐릭터가 아닌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생긴다. 어찌됐든 꿈 많은 신예로서는 독이자 약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쉽긴 하지만 전 아직 신인이고요. 조급하게 변신을 한다거나 하고 싶지 않아요. 주어진 역할 충실히 하다보면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지금 당장은 ‘더 바이러스’에 완전 몰입하고 싶은 거예요. 제 연기를 보면서 후회하지 않게요.”
박민우는 오는 3월 1일 첫 방송되는 OCN 드라마 ‘더 바이러스’에서 특수감염병 위기대책반 봉선동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에는 엄기준, 조희봉, 안석환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따라서 ‘더 바이러스’ 현장은 박민우에게 살아있는 교과서 같은 의미. 일부러 촬영장 주변을 배회한다는 그는 선배들의 행동 하나까지 관찰하고 있다.
“촬영 시작한 지 이제 2주 정도 됐는데요. 엄기준 선배님의 눈빛 연기, 조희봉 선배님의 순발력을 볼 때면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와요. 엄기준 선배님은 카메라 앵글에 눈빛을 꽂는 듯한 인상을 주시잖아요. 또 대사도 무척 긴데 그 긴 말을 긴장감 있게 이어 나가는 모습, 많이 배우고 싶어요. 조희봉 선배님은 동선, 제스처, 애드리브를 정말 자연스럽게 이어 가세요. 정말 내공이 있지 않고서야 힘든 일이잖아요. 대단해요.”

박민우는 연기 이야기가 나오자 제스처가 커지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최근 자신의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어려운 수학 문제의 답을 알아낸 학생처럼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어리지 않은 나이의 박민우가 겪었을 고민과 슬픔, 기쁨과 행복이라는 여러 감정이 용해돼 목소리로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항상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기대하시는 것 이상으로 성원에 보답할 수 있는 배우가 될 거고요. 아직 신인이잖아요. 변신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인 것 같긴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내적으로, 외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고 싶어요. 그래서 저를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낯설지 않게 성장하도록 할게요. 그 변화의 시작이 ‘더 바이러스’가 되길, 기대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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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