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WBC 스토리] 대표팀에 시가 파는 쿠바 선수…감시도 철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2.23 06: 22

아마 야구 최강 쿠바는 공산주의 국가로 해외 진출이 원천 봉쇄되어 있다. 바로 바다를 건너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거액을 받으며 슈퍼스타가 될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국가 정책때문에 해외 진출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미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쿠바 야구 선수들은 한 둘이 아니다. 아바나에서 카리브해를 건너 200km 정도 가면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가 나오는데 해로로 탈출을 시도하는 선수가 있고 국제대회 때 탈출을 감행해 미국으로 망명을 하는 선수도 있다. 169km를 던지는 좌완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신시내티)와 호타준족 외야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오클랜드)는 쿠바를 탈출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같은 대회는 망명을 염두에 둔 일부 선수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현재 타이완 자이에서 쿠바와 같은 숙소를 쓰는 KBO 관계자는 "대표팀에서 이들을 철저하게 감시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쿠바 선수들 가운데 일부는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시가를 팔고자 했다고 한다. 시가는 쿠바의 특산품으로 담뱃잎을 건조한 뒤 통째로 말아 만든 담배다. 고급 시가는 한 개피당 몇 만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국내에서 시가를 즐겨 피우는 흡연자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선물용으로는 꽤나 인기가 있기에 한국 대표팀과 함께 다니는 가이드가 쿠바 선수로부터 100달러를 주고 한 상자를 샀다고 한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구입한 시가의 가격을 알아보니 800달러에 판매되는 제품이었다는 후문이다.
세계은행의 2008년 통계치에 따르면 쿠바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5565달러였다. 분명 공산주의 국가들과 비교한다면 잘 사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 쿠바의 야구 선수들은 경제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KBO 관계자는 "쿠바 선수들이 아침은 모두 호텔에서 먹지만 저녁은 일부 선수만 먹는다. 쿠바 대표팀에 아침 까지만 제공되고 저녁은 개인 사비로 사먹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쿠바 선수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망명을 시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춘 쿠바 선수들을 WBC와 같은 국제대회에서만 볼 수 있다는 건 야구 팬으로서 아쉬운 일이다. 아마 최강 쿠바야구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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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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