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전체 연습경기의 반도 치르지 않았다. 투수들이 페이스를 최대치로 올리기에도 너무 이른 시점이다. 그래도 토종 선발진은 LG의 올 시즌을 좌우할 가장 큰 부분이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만일 LG가 올 시즌 확실한 선발로테이션을 구축한다면, 지난 10년의 악몽을 끊을 확률도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는 LG는 22일까지 총 6번의 연습경기를 치렀다. 이중 지난 11일 한신전과 22일 지바 롯데전은 비로 인해 각각 1회와 5회까지만 열렸고 삼성 한화 요코하마와 맞붙은 4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임찬규와 신재웅이 두 번, 김효남과 이동학이 한 번씩 선발 등판했는데 역시 시선을 끄는 투수는 임찬규와 신재웅이다.
임찬규와 신재웅 모두 지난해 이맘때에도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목표로 삼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난 시즌 풀타임을 소화하지는 못했다. 임찬규는 구위 저하로 1군과 2군을 오갔고 신재웅은 시범경기 기간 무릎 부상으로 후반기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갔다. 선발난에 시원한 해답이 되지 못했고 팀도 6월 중순을 기점으로 급추락 했지만 그래도 임찬규와 신재웅에게는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임찬규는 혹독한 2년차 징크스가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계기로 작용, 이번 전지훈련 전후로 훈련량을 대폭 늘렸고 잃어버린 구위도 회복세에 있다. 신재웅은 후반기 팀 최다승(5승)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 1군에서 자신의 공이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때문에 임찬규와 신재웅은 올해에도 LG 토종선발진 1순위 후보로 꼽히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습경기 결과를 놓고 보면 임찬규가 맑음, 신재웅은 흐림이다.
임찬규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우고 투구폼을 교정한 게 직구 구속 증가라는 결과로 나왔다. 지난 시즌과는 달리 140km 이상의 직구를 꾸준히 뿌리며 신인 때처럼 힘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고 있다. 아직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능력에는 물음표가 붙지만 임찬규의 투구 성향을 놓고 봤을 때 직구 구위 향상보다 희소식은 없다.
반면 지난해 연습경기에서 승승장구했던 신재웅은 총 8이닝 투구해 8실점하며 고전 중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작년과는 달리 페이스를 천천히 올리고 있다. 신재웅은 지난 시즌을 마친 후에도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쉬지 않고 공을 잡았다. 그러다가 무릎 통증을 느꼈고 곧바로 치료에 매진했다. 그만큼 페이스가 늦었고 오키나와에서 100% 컨디션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신재웅 스스로도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컨디션이 3분의2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월 시범경기까지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의 머릿속에 어느 투수가 토종 선발진에 자리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점은 연습경기가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2012시즌 깜짝 선발투수로 나타난 이승우 최성훈 임정우 모두 연습경기부터 두각을 드러내지는 않았었다. 더욱이 이승우는 겨울 내내 재활조에 있었다. 때문에 우규민도 얼마든지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오키나와에는 없지만 지난 시즌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시범경기부터 선발진 한 자리를 차지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결국 토종 선발진에 자리하고 있는 짙은 안개는 3월 시범경기 기간은 지나야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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