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카와를 제껴야 하는데…".
시카고 컵스 임창용(37)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컵스의 마무리투수가 되는 게 궁극적 목표인 그는 넘어서야 할 투수로 일본인 투수 후지카와 규지(33)를 꼽았다. 하지만 후지카와도 아직 마무리가 확정된 건 아니다. 컵스의 마무리로 활약한 카를로스 마몰(31)이 있기 때문이다. 임창용이 마무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후지카와와 마몰을 모두 넘어야 한다.
미국 스포츠전문지 '로토월트'는 2013시즌 30개 구단 불펜 전력을 분석하며 마몰에 대해 '단기 마무리'라고 표시한 뒤 후지카와에 대해서는 '미래의 마무리'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지난해 마몰의 9이닝당 볼넷은 7.3개로 커리어에서 두 번째로 높았으며 올해 연봉 980만 달러를 받는 그의 몸값을 감당하기 힘든 컵스가 이번 여름까지 어떻게든 트레이드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오른손 투수 마몰은 2007년부터 컵스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2008년 30홀드를 거둔 그는 2009년 27홀드와 15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로 가능성을 보였다. 2010년에는 첫 풀타임 마무리로 38세이브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2.55로 막았다. 블론세이브도 5개밖에 되지 않는 특급 마무리였다.
그러나 2011년 34세이브를 올렸지만 블론세이브가 10개나 되는등 4점대(4.01) 평균자책점으로 흔들렸다. 지난해에도 20세이브를 채웠지만 블론세이브 3개에 이닝당 출루허용률이 1.54로 풀타임 빅리거가 된 이후 가장 높았다. 9이닝당 볼넷이 무려 7.3개에 달할 정도로 제구가 흔들렸다. 컵스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애리조나 선발투수 댄 하렌과 마몰을 트레이드할 계획이었으나 하렌이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생긴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마몰은 올해 연봉도 무려 980만 달러를 받는다. 1000만 달러가 육박하는데 컵스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즌 중이라도 언제든 트레이드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2013시즌 초반에는 후지카와가 셋업맨으로 가능성을 점검 받은 뒤 마무리로 가능성을 확인한다면 마몰이 팀을 떠나게 될 공산이 크다.
후지카와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컵스와 2년간 총액 950만달러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후지카와는 일본프로야구 통산 220세이브를 올린 특급`마무리였다. 특히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간 202세이브를 거뒀다. 이 기간 동안 평균자책점이 1.36에 불과하고, 이닝당 출루허용률도 0.86밖에 되지 않는다.
임창용이 겨냥해야 할 선수도 결국 후지카와가 될 수밖에 없다. 임창용은 "후지카와와는 일본 시절 올스타전에서 보면 같이 골프를 치고 밥도 먹은 사이"라면서도 "결국 후지카와를 제쳐야 마무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후지카와가 셋업맨으로 먼저 검증 단계를 거치는 것처럼 임창용도 7월 이후 빅리그에서 데뷔하면 중간으로 먼저 기용될 것이다. 오른손 불펜 요원인 마이클 보든, 숀 캠프, 라파엘 돌리스를 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임창용 같은 유형의 투수는 미국에 흔치 않다. 아직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임창용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지만 이는 그가 2008년 처음 일본에 진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임창용은 조용하게 습격을 준비하고 있다.
waw@osen.co.kr
임창용-후지카와-마몰(MLB닷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