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치는 악재' 박경완, 기회조차 사라지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2.23 06: 26

좀처럼 뜻대로 풀리지 않는 형국이다. 연이은 악재에 불운까지 겹쳤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안방마님으로 손꼽히는 박경완(41)에게 봄은 아직 먼 이야기다.
찬란했던 박경완의 야구인생은 최근 들어 급격한 풍파와 맞서고 있다. 박경완은 부상 탓에 지난 2년을 거의 대부분 2군에서 보냈다. 지난해 말에는 구단에서 은퇴를 권유하기도 했지만 현역 연장을 고수하며 트레이드설까지 나돌았다. 연봉도 5억 원에서 3억 원으로 깎였다. 모두 명포수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나는 일이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훈련에 매달렸지만 상황은 쉬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3년 들어서도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박경완은 올해 시작부터 ‘체성분 테스트’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평균이라는 기준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미 40을 넘긴 노장에게 가혹한 잣대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팀의 플로리다 전지훈련에 동행하지 못하고 한국에 남았다.

한 때 극적인 반전이 있을 것 같았다. 이 감독은 지난 11일 체성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한국에 남은 선수들에게 오키나와 조기 출국을 지시했다. 박경완도 그 대상자 중 하나였다.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전에 이미 찾아온 불운이 박경완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박경완은 한국에서 타격 훈련 도중 옆구리에 부상을 입었다. “추운 날씨에서 훈련한 탓”이라는 시선이 있지만 하늘을 원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이가 들어 회복 속도도 예전에 비하면 느렸다.
결국 박경완은 오키나와에 합류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실전 몸 상태가 아닌 선수들은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할 수 없다”라는 이 감독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20일 쓸쓸히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 박경완은 22일 오후 팀의 퓨처스팀(2군) 전지훈련지인 광저우로 떠났다. SK의 한 관계자는 “선수 스스로는 지금은 (부상 부위가) 괜찮다고 한다”고 했다. 단 며칠 사이의 시차에 오키나와 캠프 합류가 불발된 셈이 됐다.
박경완은 광저우에 머무르며 훈련을 계속할 예정이다. 겨우 내내 착실히 몸을 만든 만큼 늦어도 정규 시즌 초반 출전에는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회다. 이 감독은 박경완의 잔류를 희망하면서도 “경쟁을 해서 이겨야 한다”라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난이도는 높다. SK는 포수 왕국이다. 박경완을 비롯해 조인성 정상호라는 정상급 포수들이 있다.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타격 재능이 있는 이재원도 다크호스다.
분명 박경완의 전성기는 지나갔다. 정상적인 몸 상태로 경쟁해도 조인성 정상호 이재원을 밀어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경완은 올해 SK의 스프링캠프에 단 하루도 참여하지 못했다. 시작부터 기회를 잃은 것이다. 실전 감각도 턱없이 부족하다. 가뜩이나 2년을 사실상 그냥 날린 박경완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코칭스태프로서도 겨우 내내 지켜본 선수들에 먼저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박경완이 캠프의 주변인으로 머무는 동안 조인성 정상호는 물론 허웅과 김정훈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반대로 박경완은 경쟁을 위한 번호표조차도 뽑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공정한 경쟁은 프로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지만 그 경쟁 문턱에 들어설 수 있는 기회의 틈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박경완이다. 체성분 테스트를 탓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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