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주연 영화 '7번방의 선물'(이환경 감독)이 특별한 천만영화로 등극했다.
23일 배급사 NEW에 따르면 '7번방의 선물'은 이날 오후 8시 전 1000만 관객 고지를 넘었다. 지난 달 23일 개봉한 후 32일만의 결과다.
이는 지난 해 '도둑들'보다는 10일 느리지만, '광해, 왕이 된 남자'보다 6일 앞선 기록으로 역대 9번째, 한국영화로는 8번째로 천만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2013년 개봉한 영화로는 처음이고 지난 해 10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불과 4개월 만이다.

'7번방의 선물'은 여러모로 지금까지의 천만 영화와는 특징을 달리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천만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 흥행을 보고 '기적'이라고도 말한다.
영화는 6살 지능을 가진 아버지 용구(류승룡)의 부성애가 담긴 휴먼 코미디물. 코미디 영화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됐다.
지금까지의 한국 천만 영화들은 2003년 12월 개봉한 '실미도'를 시작으로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해운대',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전쟁 휴먼드라마, 사극, 재난 블록버스터, 액션 범죄극 장르였다. 여기에 코미디물인 '7번방의 선물'이 천만 영화에 합류하면서 장르의 다양성에 일조했다고도 할 수 있다.
연출을 맡은 이환경 감독은 강우석, 강제규, 이준익, 봉준호, 윤제균, 최동훈, 추창민에 이어 천만 감독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각설탕', '챔프' 등을 만든 이환경 감독의 영화적 색깔은 '가족애'다.
또 '7번방의 선물'은 지금까지의 천만 영화들 중 최소 제작비로 최대 수익을 거둔 영화이다. 가장 적은 제작비(35억원)을 들여 가장 큰 수입을 올렸다. '7번방의 선물'의 손익분기점은 관객수 170만 여명이이었다. 당초 NEW측은 500만명 정도의 흥행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를 넘고 총제작비 대비 12배에 이르는 수익을 거두며 '왕의 남자'가 보유했던 역대 천만 영화 최고 수익률 10.7배를 넘어서는 대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조연들의 열연이 큰 몫을 담당했지만 원톱 주연극이나 다름없는 이 영화에서 류승룡은 첫 주연과 동시에 최초 2연속 천만 관객 돌파 배우로 등극했다. 지난 해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두 편 연속 천만 영화에 출연한 것.
앞서 설경구가 '실미도'와 '해운대' 두 편의 천만 영화에 주연으로 활약했고, 김인권이 '해운대'와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출연했지만, 연속으로 2천만 관객을 모은 배우는 류승룡이 처음이다. 지난 해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탄력을 받은 류승룡은 원톱 주연이 가능한 충무로 톱배우 라인에 합류했다.

그런가하면 '7번방의 선물'은 입소문으로 뒷심을 발휘한 케이스가 아니라 첫 주부터 블록버스터급 흥행을 보였다는 것도 하나의 반전이다. 내부적으로는 모니터 시사가 좋아 기대가 있었으나 이미 입소문이 나기 전인 첫 주에 손익분기점 170만여명을 넘는 관객을 모았다.
또 평일 조조부터 낮시간에도 좌석점유율이 높고 무려 80%가 넘는 수치로 100개관 이상 와이드 릴리즈 영화로는 최고 좌석 점유율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비수기라 불리는 시기임에도 설 대목을 만나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끌어모았고, 특히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힘을 보여줬다고 분석된다. 당초 이 영화의 원 제목은 '12월 23일'이었고, 개봉도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다. 크리스마스 판타지가 새해 감동으로 전환됐다.
배급사 NEW는 네 번째로 천만 한국영화를 보유하게 됐다. 시네마서비스, 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에 이어 한국 영화 배급사로는 네 번째이고, '아바타'의 이십세기폭스 코리아까지 포함해 국내 전체 배급사로는 다섯 번째다.
이른바 3대 메이저 배급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해보였던 신흥 투자배급사의 놀라운 성장도 주목된다. 지난 해에는 '내 아내의 모든 것', '피에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을 배급해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 특히 NEW는 천만 돌파 영화 배급사 중 멀티플렉스 체인 극장 계열사가 없는 유일한 배급사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NEW 관계자는 "'손해 보는 일을 없게 하자'가 우리 회사의 기본 마인드인데, 4년만에 천만영화가 나왔다. '7번방의 선물'의 흥행은 우리에게도 기대와 예측을 넘은 선물 같은 영화다. 콘텐츠 하나만으로 이런 사례를 남긴 것도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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