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일만의 재회 무산' 점점 멀어지는 박지성의 '친정 맞대결'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2.24 07: 00

영원한 '산소탱크'이자 '세 개의 폐를 가진 사나이' 박지성(31, 퀸스 파크 레인저스)에게 있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주 특별한 팀이다.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은 지난 7시즌 동안 유럽 정상의 명문팀인 맨유에서 꾸준히 활약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직접 영입한 선수로 믿음과 신뢰를 한몸에 받았다. 아시아 선수로서 EPL 진출 초기에는 '유니폼 판매용'이라는 비난에도 박지성은 묵묵히 자신의 실력으로 평가받기를 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맨유라는 거대한 클럽에서 7시즌을 보내면서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박지성은 바로 그 팀을 떠났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자신의 친정팀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하고 의미깊은 팀인 맨유를 떠난 박지성은 강등권 탈출이 최우선 목표인 낯설고 생경한 팀, QPR에 도착했다. 토니 페르난데스 구단주와 마크 휴즈 감독의 신임을 받고 주장완장까지 찼지만 적응은 쉽지 않았고, 팀은 그가 뛰었던 맨유와는 너무나 달랐다.

초반 부진이 이어지면서 입지 구축에 곤욕을 치른 박지성은 설상가상으로 장기 부상에 시달렸다. 그 때문에 박지성은 QPR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과 맞대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지난 해 11월 25일(한국시간), 맨유와 경기를 위해 이적 후 처음으로 방문한 올드 트래퍼드에서 결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결장 이유는 무릎 부상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약 3달이 지난 24일 박지성은 다시 한 번 친정팀을 상대로 출격할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QPR 이적 후 286일 만에 얻은 '친정 맞대결' 기회도 불발됐다. 경질된 휴즈 감독 대신 사령탑에 오른 해리 레드냅 감독은 박지성을 벤치에 앉혔고,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이날 벤치에 앉아있던 박지성에게 손을 내민 이는 오히려 퍼거슨 감독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시작 전 QPR 벤치로 와서 박지성의 모습을 보고 먼저 선뜻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박지성 역시 해맑게 웃으며 그의 손을 맞잡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정작 그라운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옛 팀 동료들과 다시 마주하지는 못했다.
박지성은 QPR 공식 홈페이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맨체스터에서의 생활은 즐거웠다. 옛 동료들을 다시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적 후 두 번의 맞대결 기회가 모두 무산된 박지성이 앞으로 QPR에서 맨유에 맞서 중원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커져가고 있다. 이날 패배로 사실상 QPR의 강등이 눈 앞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costball@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