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얻으면서만 살 수는 없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 그러나 얻는 것이 더 많아야 남는 장사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밑지는 겨울을 보낸 김광현(25, SK)의 행보는 불안감을 남기고 있다.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왼쪽 어깨 수술 대신 재활을 결정한 김광현은 겨우 내내 방황 중이다. 동선만 보면 그렇다. 12월 자율훈련기간 동안 한국에서 재활에 땀을 흘린 김광현은 1월 초 미국 애너하임으로 출국했다. 좀 더 따뜻한 곳에 몸 상태를 끌어올리라는 팀의 배려였다. 그러나 팀 내 체성분 테스트에서 탈락해 예정 목적지였던 플로리다가 아닌 한국으로 기수를 틀었다.
한국에 돌아온 김광현은 재활에 전념했다. 어차피 플로리다에 있어 봐야 공을 던질 수 없는 신세였다. 기회는 찾아왔다. 지난 11일 오키나와 조기 출국이 그것이었다. 이만수 SK 감독은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라고 했다. 따뜻한 기후에서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재활 진척도를 끌어올렸다. 함께 한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도 “열심히 한다”라고 칭찬했다. 조만간 공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변수는 또 튀어나왔다. 김광현은 지난 19일 박경완 엄정욱과 함께 광저우행을 지시받았다. 실전에 뛸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김광현은 한국을 거쳐 22일 퓨처스팀(2군) 전지훈련지인 광저우로 떠났다. 이로써 김광현은 2달 사이에 미국, 한국, 일본, 중국 4개국을 돌아다닌 셈이 됐다.
이러한 행보는 이만수 SK 감독의 원칙과 연관이 있다. 이 감독은 체성분 테스트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플로리다 전지훈련의 명단을 짰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도 명확한 원칙이 있었다. 바로 “실전에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갖춘 선수만 캠프에 있을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이 기준에 미달된 박경완 엄정욱 김광현을 비롯, 어깨 부상이 있는 정상호도 오키나와에서 짐을 싼다. 원칙은 선수를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적용됐다. 쉴 새 없는 실전 일정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
다만 굳이 실전조와 재활조를 나눠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있다. 이 감독은 재활조 선수들을 팀 베이스캠프인 구시가와와 떨어진 곳에서 훈련하게끔 계획했다. 처음부터 오키나와를 벗어날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훈련장 섭외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차선책이 탈락 재활조들을 광저우로 보내는 방안이었다. 다만 시간적으로 손해가 있다. 몸이 좋지 않은 선수들이라면 더 아까운 시간이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구시가와 시영구장 인근에는 운동장과 체육관이 있다. 재활조도 별도의 공간에서 훈련할 수 있다. SK도 매년 재활 선수들이 이 시설을 이용했다. 당장 지난해도 재활병의 처지였던 김광현은 이곳에서 50~60m 롱토스 및 러닝을 소화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오키나와를 떠남에 따라 이리저리 손해를 보게 됐다. 우선 재활의 흐름이 끊겼다. 이동 중에 제대로 된 훈련이 됐을 리 만무하다. 다시 이전 단계로 돌아가 복습도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달릴 때 달려야 하는데 자꾸 김이 샌다. 복귀 시점은 점점 늦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겨울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착실히 재활하겠다”라고 말한 김광현이지만 환경이 도와주지 않는 모양새다.
선수의 가슴에 난 상처도 문제다. 김광현은 자타가 공인하는 팀의 에이스다. 자존심도 강하다. 때문에 지난겨울 이런 저런 이야기에 귀를 닫고 언론 인터뷰까지 정중히 고사하며 재활에 매달렸던 김광현이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기분이 좋다면 그것도 거짓말이다. “프로야구 선수와 각 구단의 한 해 농사는 겨울에 결정된다”라는 말이 진리라고 가정한다면, 김광현은 올해 성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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