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WBC 스토리] 예고번트에 퇴장홈런까지, 전설의 쿠바 감독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2.24 08: 17

지금이야 쿠바 야구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졌지만 아마 야구 최강으로 군림하던 지난 몇 십년동안 수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냈다. 지금 들으면 '그럴 수 있겠느냐'라고 되물을 이야기도 있다.
그렇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류중일(50) 감독이 실제로 겪어 본 일이라면 다르다. 류 감독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꾸준히 국제대회에 출전했었다. 류 감독은 이번 대회 쿠바 대표팀 감독을 맡은 빅토르 메사(53)에 대한 각별한 기억이 있다.
때는 1983년, 류 감독은 벨기에에서 열렸던 대륙간컵 대회에 출전해 쿠바의 경기를 지켜봤다고 한다. 평소 보기 힘든 쿠바의 경기였기에 더욱 집중하면서 봤다. 그런데 1회 1번 타자로 등장한 선수가 구심과 말 싸움을 벌이더니 퇴장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규정 상 퇴장을 당하기 위해서는 경기가 시작돼야만 한다. 즉 최소한 1구는 상대해야 퇴장 명령이 가능한 것.

그런데 그 쿠바 선수는 퇴장을 위한 1구를 그대로 받아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고 한다. 자신을 그라운드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공을 반항이라도 하듯 시원하게 때려버린 것. 류 감독은 "그 선수가 빅터 메사였다. 나보다 세 살인가 많을텐데 정말 대단한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메사 감독에 대한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또 있다. 시간이 흘러 1988년, 대표팀 김동수(45) 코치가 야구월드컵 출전을 위해 이탈리아를 찾았다고 한다. 그때 백인호(50) KIA 2군 작전코치는 김 코치에게 메사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줬다고 한다. 쿠바와 경기를 하는데 메사 감독이 백인호 코치가 있는 3루 쪽으로 번트를 대겠다는 사인을 냈다고 한다. 백 코치는 만일에 대비해 전진수비를 했고 메사 감독은 정말로 번트를 댄 뒤 1루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 정도로 메사 감독이 빨랐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로만 들으면 예고 홈런을 쳤던 베이브 루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 만큼 쿠바 야구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심과 경외감은 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 대표팀이 승리를 거둔 뒤에야 쿠바를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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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메사 쿠바 감독 / 도류(타이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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