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감독 "'남사용', 원래는 블랙코미디였죠"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02.24 10: 26

흔하디흔한 '국민흔녀' 최보나(이시영 분)와 한류 톱스타 이승재(오정세 분)의 알콩달콩 로맨스를 다룬 영화 '남자사용설명서'. 사랑 얘기 하나 없는 2013년 상반기 극장가에 핑크빛 바람을 불어넣으며 조용한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는 '남자사용설명서'가 원래는 블랙코미디였다면, 쉽게 상상이 가는가.
최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난 '남자사용설명서'의 이원석 감독은 애초 '남자사용설명서'의 기획 의도를 전하며 처음에는 달달한 로코물이 아닌 블랙코미디로 기획했다고 전했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시되는 이 사회의 부조리함을 비꼬고 싶었다고.
사실 지금의 '남자사용설명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현실을 비꼬는 내용은 담겨있다. 국민흔녀 최보나가 남자사용설명서를 사용하면서 이승재의 마음을 얻게 된다는 내용은 사랑이라는 감정에까지 설명서를 사용할 정도로 '00설명서'가 난무하는 현실을 비판하기 때문.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시니컬하고 어두웠던 '남자사용설명서'의 초반 모습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블랙코미디였던 '남자사용설명서'가 달콤한 로맨스 영화로 바뀌어 버린 것일까. 이원석 감독은 조금 더 대중에게 다가가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로맨틱 코미디로 바꿨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블랙코미디보다는 로코물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더 편했기 때문이다.
-  입봉한 소감이 어떤가.
▲ 꿈만 같고 아쉬운 것도 있고 '좀 더 잘할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촬영 당시 포기했던 것들을 그냥 갈걸'이라는 생각도 들더라. 사실 촬영하면서 상업적으로 타협한 게 많다. 하지만 '포기 안 하고 그냥 해볼걸'이라는 생각도 했다.
- '남자사용설명서', 어떻게 만들게 된 건가.
▲ 처음에는 로코물이 아니라 블랙코미디였다. 예전에 '과정이 뭐가 중요하냐. 성공만 하면 되지'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것을 비꼬고 싶었다. 성공을 위해 뭐든지 하는 악녀가 악녀가 아닌 끝까지 성공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그런 내용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이 때문에 작가도 힘들어했었다. 대중적이지 못해서였다. 결국 로코물로 바꿨다. 촬영 전날까지 시나리오를 바꾼 기억이 있다(웃음).
- 실제로 연애 고수들에게 조언을 얻었다는데.
▲ 가장 많이 도움을 준 분은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다. 연애 고수들을 찾아갔는데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금전적인 요구를 하더라. 여건이 넉넉지 않았던 상태였는데 마침 김태훈이 많이 도와줬다. 김태훈이 쓴 연애 관련 책을 보고 찾아갔다. 서너 번 만났는데 김태훈이 얘기하기엔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연애하는 기술을 알면서도 못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나는 자존심 있는 여잔데 왜 연애 기술을 써야 해' 이런 생각들 있지 않나.
- 비디오를 보는 듯한 구성, 호불호가 갈리는데.
▲ 정말 말 그대로 '사용설명서'를 만들고 싶었다. 블랙코미디를 고민하기 이전부터 '극장에서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만들자'라는 생각을 했었다. 호불호가 갈리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주위 감독들이 악플을 보지 말라고는 하는데 나도 모르게 악플을 보게 된다. 중독이다(웃음). 이 영화가 웃길까에 대한 걱정도 했지만, 이는 VIP 시사회 때 많이들 웃어주셔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 오정세의 재발견이라는 평이 많다.
▲ 그걸 노리긴 노렸다. 승재 역할을 하겠다고 하신 분 중에 정말 유명한 분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가고 싶었다. 항상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면 공식이 있지 않나. 예쁜 여자와 잘생긴 남자의 사랑. 이 영화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싶었다. 그리고 오정세가 워낙 잘 살려줘서 평이 더 좋았던 것 같다.
- 배우로서 이시영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 최고에 오른 배우다. 준비를 많이 해온다. 그래서 감독으로 하여금 선택지를 준다. 이시영에게 고마운 건 이 영화의 톤을 잡아줬다. 현장에서 많이 이야기하며 톤을 잡아줬다. 그리고 어떻게 자기가 변화를 줘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아는 지능적인 배우다. 감히 자신하건대 이시영이 나온, 나올 영화 중 가장 예쁘게 나온 영화일 것이다. 정말 예쁘게 찍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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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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