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경기를 보여주어야죠".
24일 오키나와 긴 베이스볼스타디움. KIA와 한화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화제를 모은 대목은 김응룡 한화감독과 선동렬 KIA감독의 만남이었다. 선 감독은 "감독님이 언제쯤 야구장에 오는느가"라며 직원을 통해 체크했다. 영접을 나가야 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나하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12시20분쯤 야구장에 도착했다. 정문에서 기다리던 선 감독이 김감독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미 얼마전 나하에서 선감독이 따로 찾아 인사를 했지만 야구장에서 상대방 사령탑으로 조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오키나와에서 활동중인 취재진들도 달려와 두 거물의 만남을 담느라 분주했다.

두 거물은 원정팀 감독실로 자리를 옮겨 담소를 나누었다. 김 감독은 "뭐 이리 기자들이 많아"라며 놀라는 눈치였지만 애제자와의 만남은 기분좋은 표정이었다. 김 감독은 제자와 첫 대결 소감을 묻자 "우리가 멋있는 경기를 보여줘야지"라고 말했다. 두 감독은 서로의 팀 사정을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두 감독은 해태왕조를 함께 했던 인물들이었다. 김응룡은 명장, 선동렬은 국보투수로 타이거즈의 업적을 함께 세웠다. 선동렬 감독이 주니치로 이적하면서 헤어졌지만 2004년 삼성의 감독과 수석코치로 재회했다. 다시 2005년부터는 사장과 감독으로 또 다른 인연을 만들었다. 두 인물은 현재 최강 삼성의 토대를 닦아 놓았다. 이 과정에서 선 감독은 김응룡 리더십을 전수받았다.
2011년 두 인물은 나란히 삼성을 떠나면서 다시 이별했다. 선 감독은 1년만에 KIA 사령탑으로 복귀했고 김응룡 감독은 2년 동안 야인생활을 했다. 그러나 김응룡 감독이 작년 스토브리그에서 전격적으로 한화 사령탑이 되면서 야구장에서 적으로 재회하게됐다. 선 감독은 이날 스승과의 만남을 앞두고 "우리처럼 돌고 도는게 바로 인생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선 감독은 김응룡 감독이 한화의 지휘봉을 잡자 고민스러운 속마음을 내비쳤다. "감독으로 돌아오신 것은 축하드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를 이겨야 살아 남는 사람들이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이겨야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스승 김응룡 감독도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스승과 제자가 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승부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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