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클럽월드컵에서는 골라인 판독기술(Goal-Line Technology Systems)이 선보였다. 공에 마이크로칩이 내장되어 있는 골레프(GoalRef)와 골대에 초고속 카메라 6대가 설치되는 호크아이(HawkEye)가 그것이었다. 각각 다른 경기장에 설치된 이 두 골라인 판독기술은 득점 상황에서의 오심을 바로 잡기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에 의해 시범도입된 것들이었다.
FIFA는 골라인 판독기술이 마음에 들었는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과 내년에 열리는 월드컵에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FIFA는 골레프와 호크아이는 물론 여러 업체의 골라인 판독기술을 기다리고 있다. 두 대회서 적용될 기술은 기존의 골레프와 호크아이가 될 수도 있고, 한 가지만 될 수도 있다. FIFA는 다음달 실사를 거쳐 두 대회서 적용할 골라인 판독기술을 선택하기로 했다.
FIFA의 골라인 판독기술 도입에 대립각을 세우는 쪽이 있다. 바로 세계축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미셸 플라티니 회장이다. 플라티니 회장은 지난해부터 줄곧 골라인 판독기술의 도입을 비판했다. 플라티니 회장은 기술이 축구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함과 동시에 골라인 판독기술의 적용에 너무 많은 금액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플라티니 회장은 "골라인 판독기술을 UEFA 주관대회에 선보이기 위해서는 5년 동안 5000만 유로(약 717억 원)가 사용된다. 일 년에 한 두 번 나올지 모르는 골 판정에 5000만 유로를 쓰는 것은 너무 비싸다"고 반박했다.

분명 플라티니 회장의 반박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는 심판들의 존재 이유가 반칙과 같은 잘못된 것을 잡아내는 것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FIFA의 골라인 판독기술 도입은 최선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매 대회서 얼마 발생하지 않는 득점 시비이지만, 이에 따른 논란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에서 FIFA의 결정은 큰 힘을 받고 있다. 또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다음 시즌인 2013-2014 시즌부터 골라인 판독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FIFA의 행보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실 FIFA의 골라인 판독기술 도입은 의외다. 축구가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받아 들이는 등 여러 종목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종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첨단기술을 도입하리라고 생각한 이는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대회서 잇달아 나오는 득점 상황에서의 오심은 FIFA의 생각을 바꾸었다. 특히 지난해 열린 유로 2012서 개최국 우크라이나가 6심제 속에서 발생한 오심으로 조별리그서 탈락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플라티니 회장이 주장하는 6심제도 사람의 눈에서 판결이 나는 만큼 정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골라인 판독기술은 축구와 FIFA가 추구하는 본질로 돌아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도입되어야 하는 기술이다. FIFA는 경기 전 선수들보다 페어플레이기가 먼저 입장하도록 한다. 모든 경기는 정정당당함과 신사적인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어났던 오심 논란은 결코 정정당당과 신사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사용되는 금액이 적지 않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축구의 본연이 추구하는 것을 거부하는 만큼 단지 핑계일 뿐이다. 플라티니 회장은 골라인 판독기술 도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유소년 축구 발전에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평생 없어지지 않고 잇달아 발생하는 오심 논란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플라티니 회장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골라인 판독기술이 첨단기술의 무분별한 도입의 시발점이 되지 않겠냐고 하고 있다. 하지만 FIFA도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FIFA는 골레프나 호크아이 등의 골라인 판독기술은 단지 득점 여부 결정에 지원하는 역할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FIFA는 "골라인 판독기술은 심판의 판단을 지원하는 것이다"며 득점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는 여전히 심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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