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24일 열린 B.A.P의 첫 단독콘서트 '라이브 온 얼스 서울(LIVE ON EARTH SEOUL)'은 현 가요계에 10대 팬덤이 다시 위력을 떨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였다.
아직 20~30대에겐 생소한 이 그룹은 8천석을 10분만에 매진시키며 데뷔 1년만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는 아이돌그룹 사상 최단기간이다. 요즘 중고등학생 사이에 '대세'라더니, 공연이 끝날 무렵 공연장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앞은 자녀를 데리러 온 부모들로 북적였다.

예쁜 얼굴로 학생들 사이에 잠깐 인지도를 높이는 것과, 학생에겐 비싼 가격의 티켓을 팔아치우는 파워는 차원이 다른 문제.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는 "차별화가 주효했다"고 풀이했다.
# 10대 시장, 부활 노렸다
2007년, 빅뱅과 원더걸스가 각각 '거짓말'과 '텔미'로 20~30대팬들을 대거 아이돌 시장에 진입시킨 후 가요계는 줄곧 누나와 삼촌들을 겨냥해왔다. 트렌디한 옷차림에 대중적인 음악, 어려운듯하면서도 쉬운 안무는 필수 아이템. 후크송과 샤방함, 혹은 짐승 같은 면모는 20~30대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반면 10대는 다소 심심했다. H.O.T, 젝스키스와 같은 폭발력이 없었다. 지난해 등장한 B.A.P는 10대 틈새 시장을 본격적으로 노렸다. 데뷔곡은 H.O.T의 그것인 '전사의 후예'를 떠올릴만한 '워리어'였다. 가요계가 발칵 뒤집어지진 않았지만 반향이 있었다.
세상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곡들은 반항적인 10대 소녀들을 휘어잡았고, 소녀팬들은 열성적으로 앨범을 사고 온라인 투표를 했다. 그 결과, B.A.P는 국내외 13개 가요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TS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샤방한 남성 그룹이 많은 상황에서, 강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 게 소녀팬들을 자극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멤버들이 자신들의 인기 요인에 대해 "대중성 없는 음악을 했던 것"이라고 이색적인 풀이를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 소녀들, 눈 돌릴 틈이 없었다
입맛이 자주 바뀌는 10대 소녀들을 사로잡기 위해선 잠시도 쉬어선 안됐다. B.A.P는 두달에 한번꼴로 신곡을 냈다. 지난 한해 발표한 앨범만 싱글 3장, 미니앨범 2장, 리패키지 앨범 1장으로 총 6번의 컴백을 한 셈이다. 다른 그룹이 따라잡기 힘든 왕성함이다.
덕분에 레퍼토리가 탄탄해졌다. 이들은 첫 콘서트임에도 20곡 이상을 자신들의 노래로 채울 수 있었다. 멘트를 최소화하고 무대에 집중해, 완성도도 높였다.
소속사의 투자는 공격적이었다. 최근 발표한 '원샷' 뮤직비디오는 한국과 필리핀에 마련된 10개 이상의 세트를 오가며 촬영이 진행됐다. 무려 10억원이 들었다. 격납고, 보트 등을 빌렸고 7m 높이, 500kg에 달하는 마토키 동상과 탱크까지 등장했다.
K-POP 팬들의 눈도 휘둥그레해졌다. 아직 국내에서도 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한 B.A.P는 12개월 연속으로 독일 아시안 음악 차트 10위권에 들었다. 이는 해당 차트가 만들어진 후 최초이자 한국 아이돌그룹으로서도 첫 기록이다. 멤버들이 올해 목표로 "투어를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겠다"고 말한 것도 '오버'는 아닌 셈이다.

TS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B.A.P가 아이돌그룹이 아닌 아티스트로 성장시키고자, 기획 단계에서부터 각별히 신경을 써왔다. 트렌드에 연연하기보다는 B.A.P의 색깔을 강화하고 1년 내내 활동에 주력했던 게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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