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이렇게 버리나. 자기들끼리만 하고".
24일 NC와의 연습경기가 끝난 도류구장.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내야수 이대호(31,오릭스)가 섭섭하다는 듯 입을 내밀었다.
이날 대표팀은 간만에 장타를 터트리며 NC와의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4-1로 승리를 거뒀다. 이 가운데 이대호는 연타석 홈런을 날려 타격 감각을 조율했다. "연습때는 그렇게도 홈런이 안 나왔다. 고작 4개 넘겼는데 오늘 홈런이 2개 나왔다"며 이대호도 내심 만족한 기색을 드러냈다.

경기 후 김태균(31,한화)과 정근우(31,SK)가 특타를 요청하고 나섰다. 류중일(50) 감독은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자청해서 나머지 공부를 한다고 하자 기꺼이 허락했다. 김태균은 이날 3타수 1안타 1볼넷을 얻었지만 본인의 타격감에 만족하지 못했고, 정근우는 4번의 연습경기에서 13타수 1안타로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그러자 훈련 욕심많은 이대호가 자신도 특타를 하겠다고 나섰다. 간만에 큰 타구도 나왔기에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특타가 필요했을 터. 하지만 동기들은 "네가 치면 우리가 칠 기회가 적어진다"며 매몰차게 거절했다. 홈런을 두 개나 쳤는데 무슨 특타가 필요하냐는 의미다.
"동기들에게 버림 받았다"며 탄식하던 이대호의 눈이 다시 커졌다. 대표팀 막내 김상수(23,삼성)도 특타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상수도 치는데 왜 나는 안 되냐"고 다시 입이 나왔다. 하지만 결국 이대호는 특타조에 들어가지 못하고 짐을 싸야 했다.
경기 전 이대호는 "겨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했기 때문에 (부진한다 하더라도)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기도 했고, 구슬땀을 흘리며 보낸 지난 겨울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했다. 이대호의 방망이가 이제 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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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