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에는 정말 무언가 다른 게 있나보다".
이승엽(37,삼성) 하면 떠오르는 명장면은 하나 둘이 아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 결정적인 홈런을 친 게 한 둘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국민타자'라고 부르기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이승엽은 8회에 기억에 남을 홈런을 많이 쳤다. 2006년 1회 WBC 일본전에서 이승엽은 1-2로 뒤진 8회 이시이 히로토시를 상대로 역전 투런포를 작렬, 일본을 침몰 시켰다. 그로부터 2년 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마찬가지로 8회 2-2 상황에서 이와세 히토키로부터 역전 투런포를 또 쳤다.

국제대회에서 이승엽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번 WBC 역시 이승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마지막 국가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언제든 결정적일 때 한 방 해 줄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승엽 본인도 "8회에는 뭔가 있다. 우연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아아 이승엽 한국의 이승엽"이라고 이승엽의 삼성 응원가를 부르며 지나가던 정근우는 "승엽 선배가 무슨 8회에 강하냐. 지난번 8회 2사 만루에서 죽지 않았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19일 NC와의 연습경기에서 이승엽은 0-1로 끌려가던 8회 2사 만루서 내야땅볼로 아웃됐고 결국 그날 경기는 졌다. 이승엽은 정근우를 한 번 흘겨보더니 "8회에 기회가 되고, 상황이 되고, 또 컨디션이 맞는다면 또 8회에 그런 (극적인 홈런)걸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현재 대표팀에는 이승엽과 이대호, 그리고 김태균까지 모두 세 명의 1루수가 있다. 한 명은 대타로 빠져 경기를 더그아웃에서 볼 수밖에 없다. 류중일 감독은 "우완투수가 나오면 이승엽 선수가 선발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승엽은 "나는 대타"라고 한껏 자세를 낮춘다. 후배인 이대호와 김태균을 믿는다는 뜻이다. 그는 "이제는 내가 빠져도 큰 관계가 없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벤치에서 본다면 경기 흐름도 읽을 수 있고 대타로 준비하기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겸손한 말을 이어갔다.
이번 WBC의 목표는 최소 미국 라운드까지 진출하는 것. 이승엽은 "아직 샌프란시스코는 한 번도 못 가봤다"면서 "배리 본즈가 뛰었던 그 AT&T 야구장 타석에 서 보고 싶다"고 열망을 드러냈다. 이어 "팬과 나 자신, 그리고 한국 야구를 위해서라도 샌프란시스코는 기필코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WBC는 올림픽과는 달리 승부욕 보다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룬다는 게 행복하다"던 이승엽. 하지만 "일본은 꼭 잡아야 한다"고 바로 말을 정정했다. 역시 8회에 일본을 두 번이나 격침시킨 '일본 킬러' 이승엽다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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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