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대한민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다음달 2일 네덜란드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네덜란드는 부쩍 강해진 전력으로 결코 방심할 수 없는 복병.
네덜란드 대표팀 헨슬리 뮬렌(46) 감독은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다.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2000년에는 신생구단 SK 와이번스에서 잠시 뛰었다가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한국을 떠났다.
현역시절 내야수였던 뮬렌 감독이 SK 유니폼을 입었던 2000년에는 한국 나이로 34살, 전성기가 지났을 때였다. 뮬렌 감독은 14경기에 출전, 타율 1할9푼6리 1홈런 3타점만을 기록했다. 이후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뮬렌 감독은 승승장구하며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1군 타격코치까지 올라갔다.

현재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이진영(33)은 2000년 뮬렌과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이진영이 기억하는 뮬렌 감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때 나는 새파란 신인선수였다. 뮬렌이 큰 형처럼 귀여워 했었다"고 회상한 이진영은 "한국산 방망이의 품질이 안 좋을 때여서 뮬렌이 선수들 대신 방망이를 수입해주곤 했다"고 말했다.
2000년 SK에서 뛰다 방출된 뮬렌이지만 사실 입단은 쌍방울로 했다. 1999년 시즌이 끝난 뒤 쌍방울은 마이클 앤더슨과 제이크 비아노를 방출하고 헨슬리 뮬렌과 타이론 혼즈의 영입을 결정한다. 이후 쌍방울은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2000년 해체되었고 SK가 새로운 구단을 창단하는 형식으로 그 자리를 대신한다. 쌍방울 소속 선수들은 전원 웨이버로 공시됐고 SK는 이들을 자유계약 형식으로 영입한다.
이진영 역시 "뮬렌 감독이 쌍방울에서 영입됐을 것이다. 쌍방울 전지훈련에서 뮬렌 감독을 처음 만났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뮬렌 감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쌍방울의 마지막 용병인 셈이다.
참고로 뮬렌 감독은 함께 영입됐던 혼즈와 함께 부진을 이유로 퇴출되고, SK는 용병 3명 영입이라는 신생구단 특전을 이용해 투수 빅터 콜, 내야수 틸슨 브리또, 외야수 하비 풀리엄을 들여온다.
이진영은 "뮬렌 감독이 그때는 자기 별명이 '뱀뱀'이라며 그렇게 불러달라 했다"며 "나를 기억할 수도 있겠다"고 웃었다. 비록 길게 경험하진 않았지만 '지한파' 뮬렌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cleanupp@osen.co.kr
도류=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