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에게 남은 3가지 과제 '커브·공인구·로테이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2.26 05: 59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뀄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과제들도 있다. 
LA 다저스 '괴물 투수' 류현진(26)이 첫 실전 등판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시범경기에 3회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1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시범경기 1이닝이 전부이지만 패스트볼 커맨드, 체인지업 위력, 위기관리 능력을 검증받았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드러난 경기였다. 
▲ 손에 덜 익은 커브

이날 류현진은 2사 후 드웨인 웨이즈에게 던진 5구째 커브가 높게 들어가는 바람에 우측 선상으로 깊숙하게 굴러가는 3루타를 맞았다. 류현진은 "역시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힘이 좋다. 조금만 높게 들어가도 분명히 장타가 나온다"고 했다. 높은 커브는 빅리그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날 등판 전 류현진은 좌측 외야 불펜에서 몸을 풀며 '다저스 레전드' 샌디 쿠팩스로부터 커브에 대한 지도를 다시 한 번 받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커브를 통타당했다. 류현진도 "커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마운드에 올랐는데 제구가 잘 되지 않더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전설적인 투수가 가르친다고 해서 곧장 자기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패스트볼-체인지업을 중심으로 던지는 류현진에게 서드피치의 필요성은 꾸준히 강조돼 왔다. 커브가 필요한 이유다. 류현진도 배움의 의지를 보였다. 그는 "계속 열심히 던져야 한다. 많이 던지다 보면 자연적으로 손에 익혀질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당장 안 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미끌미끌한 공인구
이날 류현진은 16개의 공을 던졌는데 스트라이크가 9개, 볼이 7개였다. 비율이 비슷비슷했는데 본인이 원하는 만큼 제구가 되지 않는 모습. 특히 패스트볼의 경우 스트라이크존 위로 벗어나며 높게 형성됐다. 경기 후 류현진은 "공이 좀 미끄러워 높은 공이 많았다"며 3루타를 맞은 커브에 대해서도 "낮게 던지려고 했는데 조금 미끌리면서 높게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아직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미국 롤링스사가 제조하는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한국에서 쓰는 공인구보다 표면 자체가 미끌미끌하고, 실밥도 도드라지지 않고 옆으로 퍼져있다. 공을 제대로 채기가 어렵다. 특히 커브처럼 회전을 많이 줘야 하는 변화구를 던질 때 손에서 빠질 염려가 크다. 류현진으로서는 시즌 개막 전까지 미끄러운 공에 적응을 해야 한다. 
류현진은 "나 뿐만 아니라 모든 투수들이 새 공이기 때문에 더 미끄럽다고 하더라. 아직 손에 덜익었지만 적응하는데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사용하는 공은 이제 막 제조된 공이라 더욱 미끄러울 수밖에 없는데 시즌에 들어가면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롤링스사 공을 사용한 경험이 갖고 있기 때문에 적응이 빠를 것이다. 
▲ 5일 로테이션 적응
지난 25일 1이닝 구원등판으로 첫 경기를 마친 류현지은 4일 휴식을 취한 뒤 내달 2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선발등판하게 될 전망. 류현진은 "앞으로 4일 쉬는 로테이션으로 계속 돌아간다"고 밝혔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도 "선발투수들은 5일 로테이션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다"며 류현진을 비롯해 선발투수 후보들을 시범경기에서도 5일 간격으로 돌리곘다는 의지다. 
류현진에게 투구 기술과 마인드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메이저리그의 선발 5일 로테이션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되느냐 여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류현진은 "지금 당장은 조금씩 던지기 때문에 문제없이 로테이션을 돌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많은 이닝을 던질때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믿어볼 만한 건 한국에서 4일 쉬고 5일째 등판에 더 위력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 7시즌 통산 4일 휴식 후 선발등판한 33경기에서 24승7패 평균자책점 2.52 기록했다. 5일이 상 쉬고 선발등판한 147경기에서 거둔 평균자책점 2.86보다 오히려 더 낫다. 특히 한 차례 완봉승 포함 완투가 무려 10차례나 되고, 경기당 7.37이닝을 소화하는 무시무시한 괴력투를 펼쳤다. 류현진은 "처음 한두 달은 5일 로테이션이 힘들겠지만 적응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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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렌데일=곽영래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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