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갈수록 뜨거워지는 기록강습회 열기, 그 이유는?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3.02.26 09: 24

2013년 기록강습회 수강신청 접수 시작일이었던 지난 2월 15일. 오전 9시께 접수 창이 열리자마자 누적 신청자 수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었다.
근래 부쩍 뜨거워진 야구열기에 힘입어 강습회 접수 소요기간이 해마다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긴 했지만 최소한 3일 정도는 경과해야 수강정원에 도달하곤 했는데, 이번 신청열기는 양상이 좀 달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정오를 지날 무렵 신청자 수는 이미 수강정원의 절반을 넘어 있었고, 급기야 오후 5시도 지나지 않아 수용가능 한계치에 도달되는 기현상이 나타나며 접수 창을 연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황급히 문을 걸어 잠가야 했다.

기록강습회가 열리는 건국대학교 내 새천년관 국제회의장의 적정 수용규모는 1층과 2층을 합쳐 대략 250~270명선. 하지만 쇄도하는 야구팬들의 수강기회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임시로 1층 회의장의 좌석을 80~100석 가량 추가 설치하는 작업을 거쳐 그간 해마다 최대 총 350석 정도의 좌석을 확보해 두고 있었지만, 이 정도의 발 품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팬들의 관심도는 그 어느 때보다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1983년 대한체육회 강당에서 첫 기록강습회가 개최된 이후, 해마다 단 한차례의 거름도 없이 열려온 기록강습회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수강신청을 마감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마감이 되었다 해도 대개 여러 날이 흐른 뒤였다. 그나마 2009년까지는 열흘 남짓한 접수 예정기간을 모두 채우고도 수강정원을 밑도는 선에서 늘 신청자 접수마감이 이루어지곤 했었다.
그러면 신청접수가 조기에 마감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는 그 이전과 비교해 어떤 변화가 있었길래 강습회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가 이토록 높아진 것일까?
한국야구위원회가 매년 기록강습회를 개최하는 주된 목적은 기록인구의 저변확대에 있다. 야구기록에 관한 관심도를 올려 보다 깊이 있는 관전문화를 만들어내고, 팬들이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 일차적 목적이다.
물론 부가적으로 기록강습회를 통해 공식기록원을 채용하고 있긴 하지만, 기록원이라는 직업에 뜻이 있어 강습회를 찾는 사람은 사실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지난 몇 년간 지원서를 제출한 비율이 전체 참가자 대비 20%를 넘지 않아 왔음을 볼 때 구직이나 취업 차원의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2012년엔 강습회 참가자들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기록강습회라는 행사 자체를 우연히 알고 찾게 된 것인지, 아니면 강습회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고 있다가 때를 기다려 신청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결과는 행사 개최시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가 신청한 것이라 답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숫자였다.
그렇다.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되는 야구에 대한 팬들의 증폭된 사랑과 애정 안에서 여러 야구관련 행사들이 성황리에 열리고 마무리되는 현상은 그 무엇보다도 야구팬들의 지대한 관심에 힘입은 덕분이었다. 야구를 만나고 알게 되면서 좀더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싶은 팬들의 마음과 손길이 이곳 저곳에 두루두루 미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KBO 홈페이지와 여러 매체의 관련뉴스를 통해 기록강습회 개최시기와 강의내용 등이 상세히 그리고 상시적으로 안내되고 있다는 점도 강습회에 대한 관심 끈을 놓지 않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라 분석할 수 있다.
아울러 매년 겨울이면 생활체육 전반으로 야구 기록원을 구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동호인 야구팀들이 이제는 단순한 운동차원의 야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경기흔적을 남기고, 남겨진 기록을 바탕으로 리그의 전통을 만들어가려는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그 역할을 맡아 줄 사람이 다수 필요해진 것은 당연한 일. 이처럼 보고 끝나던 야구에서 이제는 즐기는 야구문화로 시대상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도 강습회 부흥의 또 다른 이유라 볼 수 있겠다.
2월 28일에 2013 기록강습회가 문을 연다. 3일간의 짧지만은 않은 일정에 하루 종일 이어지는 야구기록에 관한 이론강의. 아무리 좋아하는 야구라지만 자칫 지루하고 딱딱해질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기에 지금쯤은 어떻게 하면 좀더 팬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흥미 있는 시간으로 메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기록원들이 머리를 한껏 싸매는 시기이다.
이와 함께 이해도를 보다 높이기 위한 시청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현실안주는 곧 도태다’라는 일념으로 해마다 신선한 교육재료를 들고 팬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나름 공을 들이지만, 팬들의 입맛에 맞을지 음식을 내어놓은 요리사처럼 전전긍긍하며 보내는 때이기도 하다.
비록 선수신분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팬들과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행사가 기록강습회이기에, 역대 최고 온도로 달궈진 강습회장으로 들어설 기록원들의 가슴은 마치 시즌 첫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의 마음처럼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벌써 콩닥대고 있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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