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걸그룹을 만나봤지만, 이런 그룹은 없었다. 음담패설, 발가락, 야한 영화, 순대국 등의 단어가 술술 나온다. 내숭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화끈한 수다, 목이 쉬지 않을까 걱정되는 웃음소리, 진짜 사이가 좋아야만 나오는 티격태격. 친근함을 무기로 장착한 7인조 걸그룹 레인보우다.
최근 신곡 '텔미 텔미'를 발표하고 무려 1년8개월만에 컴백한 레인보우는 "욕심을 버리니 모든 게 재밌다"며 너털웃음이다. 그동안 대중의 관심에 대단히 목말랐을 터. 지난 13일 쇼케이스에서는 상의 탈의 티저에 대해 "관심을 받고 싶어서 노이즈마케팅을 했다"고 솔직하게 말해 취재진도 '빵' 터뜨렸던 이들이다.
"팬분들과 소통할 수가 없으니까, 트위터계의 프로가 됐죠. 노하우가 많이 생겼어요. 하루는 매니큐어를 바르다 뚜껑을 잘못 열어서 매니큐어가 얼굴에 튄 거예요. 아파서 얼른 닦으려는 멤버들이 잠깐만 참으라고, 사진 찍어야 된다고.(웃음) 아픈데도 참았죠. 이게 옳은 일인가 싶기도 하고. 하하."(지숙)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팬들과 친밀감을 유지하는 노하우는 후배 아이돌 그룹들에게 강의를 해도 될 정도다. 직접 만든 곰인형을 공개하는 등 '킴디자이너'로서 장인 대접을 받고 있는 재경을 비롯해, 초등학교때 배운 서예 실력까지 꺼내놓은 지숙, 등산돌로 불리는 고우리, 팬들에게 남자친구 대하듯 메시지를 남긴다는 정윤혜까지 그 방법도 가지가지다.
"이미지 관리요? 그런 거 없어요. 발가락 사이로도 사진 찍고요. 자고 있는 것도 찍고요. 서로 하도 폭로를 잘해서 협박용 몰카도 미리 찍어둬야 해요. 구도, 각도 모두 잘 잡죠.(웃음)"(정윤혜)
걸그룹의 섹시송 중 완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A' 이후로 그룹의 방향성에 오랜기간 고민을 거듭했다는 이들은 보다 쉽고 친근한 '텔미 텔미'를 받고,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전 노래가 조금 난해했다는 평가가 있어요. 이번에는 드라이브하면서 신나게 들을 수 있는 곡이길 바랐어요. 노래방에서도 귀엽게 부를 수 있고요. 그동안은 곡, 이미지, 안무 등 삼박자에서 늘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우리가 소화를 잘 못하거나, 콘셉트가 좀 안맞거나. 그런데 이번에는 삼박자가 딱 맞고요. 우리한테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 같아요. 우리가 원래 되게 밝고 웃기거든요."
이들이 밝고 웃긴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먹는 걸 정말 좋아해서 숙소 앞에 순대국 집이 생겼을 때 함성을 질렀다거나, 동대문에 다같이 손잡고 민낯으로 쇼핑가도 아무도 못알아본다거나,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5시간 연속으로 봤다거나, 비가 많이 오는 날 숙소에 모여 앉아 야한 영화를 봤다거나 하는 얘기들에 쉼없이 웃음이 터진다.
"1년 8개월을 쉬었는데, 뭔가 되게 편해졌어요. 예전에는 우리가 걸그룹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뭔가 신경쓸 게 많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쉬면서 욕심을 놓으니까 세상이 커보여요. 너무 편하고 좋아져서, 방송에 수위조절이 어려울 정도예요. 음담패설을 어디까지 해야 하나, 헷갈리는 거예요.(웃음)"(재경)
'텔미 텔미'의 의상은 일명 커튼 배꼽티. 배꼽티 위 가슴 부분에 나풀거리는 천을 덧대 귀여우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줬다.
"의상이 예쁘고 좋은 거 같아요. 남성 분들이 TV를 보면서 자꾸 밑에서 보게 되신다고.(웃음) 그런데 배꼽티라 좀 힘들어요. 배가 그대로 나와서 음악방송이 있는 날은 뭘 먹을 수가 없죠. 그래서 목요일부터 거의 못 먹구요. 일요일 밤부터 폭식해요.(웃음)"(재경)
"정말 숨만 쉬어도 배가 볼록 나와 보여요. 그래서 힘을 주는데, 힘을 잘못주면 또 티가 나거든요. 티 안나게 힘을 주면서 표정을 관리하며 노래하는 게 관건이죠. 어려워요."(지숙)
레인보우는 벌써 올해 계획을 다 세워놨다. 무지개처럼 각 멤버들의 색깔을 명확히 알리고, 제대로 자리잡겠다는 각오다.
"아직 회사랑 상의는 안됐는데요.(웃음) 후속곡 활동도 하고, 여름엔 이번 앨범 파트2도 내고, 하반기엔 각자 드라마나 예능 개인 활동을 하는 거예요. 쉬지 않고 활동하고 싶어요! 오래 쉬었더니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것 같거든요. 다른 아이돌그룹에게도 이런 휴식시간, 강력히 추천합니다.(웃음)"(재경)

먹을 때만 조용하다는 이들은 정말 무지개 같은 그룹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사람들이 무지개 보면, 사진기도 꺼내서 찍고,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우리의 이런 밝은 모습을, 많은 분들께 전파하고 싶어요.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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