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후배들에게 너무나 아쉽고 미안하다".
KDB생명이 26일 이옥자 감독의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KDB생명은 "23일 신한은행과의 경기가 끝난 후 2012-13 리그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밝힘에 따라 구단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KDB생명은 KDB금융그룹 2012-13 여자프로농구대회를 앞두고 프로농구 최초로 여성 감독을 선임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에 이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에 결국 팀을 떠나게 됐다.

사상 첫 여자감독으로서 시즌 개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 감독의 자진사퇴는 농구계 안팎으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이 감독은 OSEN과 전화에서 "아쉬움이 너무나 많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 감독은 한국 여자프로농구가 1997년 단일리그로 출범한 이래 처음 등장한 여성 감독이다. 여성들의 무대에 이제껏 여성 감독이 없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 동안 감독직을 두고 몇몇 여성 농구인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결실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감독이 KDB생명의 감독에 선임되면서 한국 여자프로농구 역사에 새로운 장이 쓰여졌다. 숭의여고를 졸업하고 상업은행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국가대표팀 가드로 5년간 활약한 이 감독이다. 은퇴 후 신용보증기금과 숭의여고, 용인대 감독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아 일본으로 건너가 샹송화장품을 2년 연속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특히 검증된 지도력을 발판으로 2007년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아 유수종 감독과 함께 한국의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이끌었다. 이론과 전술에 해박한 것은 물론 탁월한 리더십과 지도 능력을 겸비해 KDB생명에서 거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올 시즌 KDB생명은 우승후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부진을 떨치지 못하며 결국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막바지에는 이 감독과 이문규 코치가 직함은 그대로인채 역할만 바꾸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결국 이 감독은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WKBL 사상 첫 여자감독으로서 자신이 얼마나 무거운 임무를 짊어지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이 감독으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 감독은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역시 여자 후배들을 위해 좋은 모습을 계속 보였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여자농구뿐만 아니라 여자 후배들이 많이 (나를)보고 있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거듭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KDB생명은 "이 감독의 자진사퇴에 따라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후임 감독 인선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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