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무죄추정의 원칙은 지켜질 수 있을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02.26 18: 41

연예인, 공인이냐 아니냐.. 결론 없음
대중의 관심은 LTE급.. 수사-재판은 한참 걸려
[OSEN=취재석]박시후 사태를 계기로 인기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무죄추정의 원칙이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연예인에 대한 혐의가 일종의 낙인처럼 찍히는 사례가 빈번한 상황에서, 박시후는 변호인을 통해 이에 대한 유감을 밝히고 있는 상황. 그에게는 지난 18일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그 순간부터 이미 '강간 혐의' 타이틀이 달렸다.
여론은 지나친 낙인이 마녀사냥이라는 의견과 유명인에 대한 수사 내용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는 연예인을 '공인'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맞닿아, 여전히 뾰족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
만약 혐의대로 그가 성폭행을 저질렀다면 그에 대한 수사 내용이 일일이 밝혀지는 것에 타당성을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만에 하나 그가 무죄일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그의 피해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바로 그 '만에 하나'를 위한 것.
박시후의 변호를 맡은 푸르메 측은 지난 25일 "그동안 박시후씨의 사건이 진행된 과정을 지켜본 결과 초창기부터 박시후씨의 피의사실이 '실시간 중계하듯' 여과 없이 혹은 진실에 반하여 언론에 보도되는 등 수사 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서부경찰서에서 언론에 피의사실을 누출한 행위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형사소송법 제198조 상 수사기관의 비밀 엄수 및 피의자 인권 존중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실시간 중계를 마냥 비판할 수만도 없다. 인기스타가 연루된 사건이 알려진 이상 보다 더 구체적인 정보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을 수밖에 없으며, 수사 과정은 어찌됐든 '팩트'이기 때문이다. 비록 그 수사가 이후에 잘못된 것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말이다.
문제는 그 '결론'이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약물 검사를 했다는 사실은 수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으며 통상적인 절차라는 사실은 처음의 약물 검사 보도와 같은 관심을 모으진 못한다. 바로 이 때문에 '낙인의 피해자'가 등장하고 있는 것. 이 피해 때문에 애초에 수사 과정이 어디까지 공개돼야 하는지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과 나란히 볼 순 없지만, 최근 무죄추정의 원칙이 연예계에서 얼마나 '있으나 마나'한 것인지 통감한 사례는 MC몽이다.
MC몽에 대한 내사가 진행된다고 알려진 건 2010년 6월. 그야말로 '내사'였지만 보도가 된 이상 MC몽은 곧바로 '유죄'였다. 의도적으로 치아를 뽑아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혐의는 너무나 '엽기적'이었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였다"는 MC몽측 공식입장은 신뢰를 얻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MC몽에 대한 이 혐의를 매우 잘 알지만, 그가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치아를 일부러 발치했다는 혐의에 대해서 무죄 최종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에는 큰 관심이 없다. 경찰과 검찰이 제기한 의혹이 그대로 보도됨으로써, 판결과 관계 없이 이미지는 '끝'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인 셈이다. 너무 억울하다는 MC몽의 입장보다 '낙인'의 힘이 더 셌던 것.
연예계는 그래서 애초에 '보도되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대중의 관심은 급속도로 끓어올랐다가 식는데, 경찰 수사나 재판은 느리다. 뭔가 해명을 하고 누명을 벗기 전에 이미 유죄로 낙인찍히고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연예인 입장으로서는 무조건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시후 사태도 갑작스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상, 지리멸렬한 법정다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상태. 여론의 뭇매가 정당했는지,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 것인지 여부는 매우 천천히 결론날 전망이다.
이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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