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입니다, 고민이에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행복한 고민이랄까”.
김민재 두산 베어스 신임 수비코치가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을 치르면서 “고민이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1991년 롯데에 연습생으로 입단했으나 주전 내야수로 발돋움하며 2002년 SK, 2006년 한화로 연이어 FA 이적하며 입지전적인 프로 생활을 보낸 김 코치는 2009년 은퇴 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화에서 재직하다 올해부터 두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 둥지에서 김 코치는 선수단 내에서 최대한 안정적인 수비 포메이션을 구축하고자 선수들의 훈련 과정을 두루 살피고 있다. 연습경기 일정도 한창에 접어들며 전지훈련 후반부를 향해가는 가운데 미야자키에서 만난 김 코치는 “고민에 빠져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내세울 수 있는 선수가 많습니다. 누굴 내세워도 저마다 제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 누굴 주전으로 내세워야 할 지. 고민인데 굳이 이야기하자면 행복한 고민이라고나 할까요”.
두산의 야수층, 특히 내야진을 보면 김 코치의 고민을 알 수 있다. 1루에는 기존 주전 1루수였던 최준석(30)이 재기를 노리고 있으며 3루 요원이자 지난해 후반기 4번 타자인 윤석민(28)도 1루 소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지난해 넥센에서 영입한 오재일(27)도 있으며 ‘두목곰’ 김동주(37)도 1루 겸업을 시도 중이다. 아직 만개하지 않은 오재일을 제외하면 세 명이 중심타선에서 힘을 내뿜은 경력을 갖춘 1루 요원들이다.
뿐만 아니다. 2루에서는 고영민(29)과 오재원(27)에 최주환(25)까지 경쟁하고 있는 데다 주전 손시헌(33)이 WBC 대표팀으로 차출된 가운데 김재호(27), 허경민(23)도 유격수로는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적극성 면에서 아쉬움을 샀던 허경민은 이번 연습경기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비추는 중이다.
3루에는 윤석민과 이원석(27)의 경쟁이 예상된다. 3루 수비 안정성만큼은 현장의 높은 평가를 받는 이원석은 군입대도 미루며 그야말로 야구 인생의 배수진을 쳤다. 이제 자리 좀 잡나 싶었으나 다시 경쟁의 바다에 빠진 윤석민도 자기 자리를 제대로 굳히기 위해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그만큼 김 코치는 “누가 나와도 자기 몫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라고 밝혔다.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행복한 고민이고 팀에게는 커다란 자산과도 같다.
그러나 골똘히 생각해보면 선수들 본인에게는 그야말로 살 떨리는 전장.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로도 볼 수 있으나 자칫 시즌 돌입 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1+1이 2가 아니라 1 미만이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누군가 확실하게 경쟁의 틀을 뚫고 두각을 나타내며 주전 자리를 굳혀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전지훈련 막바지를 향해가는 가운데 김 코치가 토로한 '행복한 고민'은 시즌 돌입 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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