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야왕’(극본 이희명, 연출 조영광)에서 정윤호와 고준희가 흘리는 피눈물이 삭막한 복수극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야왕’은 밑바닥 생활에 대한 염증으로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거침없이 오르는 다해(수애 분)와, 그런 다해를 위해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하다 끝내 버림받고 이에 복수하는 하류(권상우 분)의 이야기를 그리는 치정멜로극.
극이 전개될수록 파렴치한 다해의 행각이 이어지고, 이에 자극받는 하류의 모습이 강한 대조를 이루며 극을 이끄는 갈등 동력이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두 사람의 싸움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그려지며 풍성한 이야기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끄는 인물은 다해의 신분상승 욕망을 채워준 백학그룹 외동아들 백도훈(정윤호 분)과, 하류의 쌍둥이 형인 차재웅 변호사의 약혼녀 석수정(고준희 분)이다. 두 사람은 하류와 다해의 갈등에 애꿎은 피해를 입으며 최근 들어 눈물 마를 날 없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도훈은 순진한 부잣집 도련님의 전형으로 다해로부터 철저히 이용당하고 있다. 아이스하키 선수 시절 다해와 지하철에서 만난 뒤 한눈에 반해 저돌적인 공세를 펼쳤고 끝내 마음을 얻었지만, 다해로부터 산 환심은 그가 가진 백학그룹 자제라는 배경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복수심에 눈이 먼 하류에 의해 다해가 실은 과거 사실혼 관계의 연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속앓이에 신음하고 있다.
수정의 경우는 더욱 비참하다. 수정은 하류와 다해의 갈등 때문에 결혼을 약속한 차재웅 변호사를 죽음을 잃는 비극의 한복판에 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은 다해를 향해 복수의 칼을 가는 하류를 돕겠다고 자청하며, 차재웅 변호사와 똑같이 생긴 하류의 얼굴을 매일 마주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두 캐릭터의 이 같은 상처는 자비라고는 찾을 수 없는, 무차별적인 복수전이 연속되고 있는 ‘야왕’에 심장을 가진 이들이 있다는 점을 유일하게 상기시킨다. 신분상승이라는 목적을 위해 자신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한 연인을 살해하겠다고 마음먹는 엽기적인 여주인공과, 그 주변을 맴돌며 복수심에 눈이 멀어 자신 때문에 죽은 쌍둥이 형 행세를 하는 양심 없는 남자주인공에 눈이 질끈 감아질 때 쯤, 도훈과 수정이 흘리는 이 같은 피눈물은 ‘야왕’을 기계적인 복수극이 아닌, 누군가의 잘못된 선택과 그로 인한 상처, 여기서 파생되는 번민과 연민 등 인간의 풍성한 감정을 느끼게 하며 극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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