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는 참 날씨가 좋았는데 진짜 오래간만에 비 구경을 한 것 같네요”
SK의 한 관계자는 하늘을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말 그대로 ‘쨍쨍’했던 오키나와의 하늘이 비구름으로 덮였기 때문이다. 우리로 치면 초여름 날씨라 운동하기 딱 좋은 기후인 오키나와에는 27일 오전부터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자연히 한국 및 일본 프로구단들의 연습경기 일정도 모두 취소됐다. 오키나와 캠프 시작 이후 거의 매일 연습경기를 벌이고 있는 SK 또한 어찌할 도리가 없이 버스를 돌렸다.
26일 오키나와 캠프 처음이자 마지막 휴식일을 가졌던 SK가 이 비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본 것은 이유가 있었다. SK는 이날 차탄 구장에서 일본프로야구의 강호인 주니치 드래곤즈와의 연습경기가 잡혀 있었다. 2군과의 경기도 아닌 1군과의 실전이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즌 개막이 다가오는 주니치 역시 주전급 선수들의 동원이 예정되어 있었다. 실전의 기회가 한 번 날아갔음은 물론 수준급 팀을 상대로 전력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도 비와 함께 날아간 셈이다.

이만수 SK 감독도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이 감독은 “올해는 플로리다 캠프에서 한 번도 비 구경을 못했다”라고 했다. 현지인들에게는 이상기후였겠지만 훈련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이었다. 오키나와에서도 비교적 날씨가 좋아 18일 합류 이후 지금까지 총 6차례의 연습 경기를 치른 SK다. 연습경기를 통해 젊은 선수들과 대안 세력들의 상승세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는 수확을 얻었다. 이런 흐름에서 비로 한 경기를 쉬었으니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아직 연습경기는 많이 남아있다. SK는 28일 LG와 연습경기를 치르고 3월 들어서도 삼성, KIA, 넥센(2경기)과 연습경기를 치른 뒤 내달 5일 귀국길에 오른다. 이 감독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연습경기를 통해 여러 선수들을 고루 시험할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특히 이날에는 마지막 재활조로 남아 있었던 최영필 송은범까지 본진에 합류했다.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를 몸소 실감하고 있다. 비로 경기가 취소된 탓에 다소간 산만해 질 수 있었지만 SK 선수단은 구시가와 시영구장 인근의 실내체육관에서 대체 훈련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했다. 그 후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빠짐없이 마무리한 뒤 숙소로 복귀했다. 캠프 종료를 앞두고 긴장감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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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 경기가 취소된 후 실내체육관에서 훈련을 소화 중인 SK 선수들.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