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겨울'앓이, 내 눈이 즐거운 건 이유가 안돼?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02.27 16: 20

[OSEN의 돌직구!!!]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인기 돌풍을 탔다. 쟁쟁한 라이벌들 사이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남녀주인공인 조인성, 송혜교의 비주얼과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드라마를 즐기고, 논하는 주요한 포인트는 조인성과 송혜교다. 그들이 얼마나 멋있는가, 예쁜가에 대한 의견들이 지배적이란 얘기다.
'마치 72분짜리 CF를 보는 것 같다', '조인성-송혜교 주연의 뮤직비디오다' 등과 같은 시청자들의 소감이 쇄도하는 것은 물론 언론의 초점 역시 상당부분 그 곳에 맞춰져 있다. 잦은 클로즈업, 그렇지만 굴욕 없는 남녀의 미모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다. 또 이들을 이토록 예쁘게 만드는 영상미나 김규태 PD의 연출력에 대한 감탄도 계속된다. 
이러하다 보니 혹자들은 두 주연 배우의 외형에 사로잡혀 드라마의 스토리 혹은 다른 부분들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드는 게 아니냐고 평가한다. 실상 그렇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시청하며 대개의 시청자들은 조인성의 손길과 송혜교의 눈빛에 매료된다. 오수(조인성 분)의 오빠 행세가 언제 들통 날지, 오영(송혜교 분)과 오수의 로맨스가 어떻게 진전되어 가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물론 흥미롭지만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과장해 말하면 TV 음량을 음소거로 해두고 화면만을 감상해도 눈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꽤나 영상미에 기대고 있다. 원색 수트를 입고 날렵한 몸매를 뽐내는 조인성이나 잡티 하나 없는 맑은 피부로 아련한 눈빛을 짓는 송헤교. 이 둘의 매력 대결을 감상하는 자체만으로도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거기다 두 사람의 '케미' 역시 압권이다. 작지만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진 송혜교가 우월한 기럭지의 조인성에게 안겨 있는 장면만으로도 여심은 뛴다.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이 마주할 때, (일단은) 남매라는 설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팔짱을 낀 장면만으로, 그야말로 '눈이 호강'하는 순간들이 이어지는 거다. 두 사람은 홀로 있을 때 각각이 빛남과 동시에 둘이 함께 할 때도 합이 좋다. 여러모로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시각적인 매력으로 어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 원작이 있고, 각색되긴 했지만 현재까지 꽤나 충실하게 원작을 붙잡고 있는 이 작품은 그래서 줄거리나 전개보다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것들에 대한 감각을 더 곤두서게 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원작을 모르는 시청자들에게는 스토리 자체도 흥미진진하겠지만 말이다.
지난 4회 방송분 중 오수와 오영이 백화점에서 옷을 쇼핑하는 장면이 나왔다. 오수는 오영을 동창 파티에 데려가기 위해 새 옷을 사게 하고 메이크업을 하도록 제안했다. 오수는 "난 속물이라 내가 같이 다니는 여자가 예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눈이 보이지 않아 겉모습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고사하는 오영에게 오수는 "내 눈이 즐거운 건 이유가 안 돼?"라고 물었다. 그 말에 오영은 마음을 바꾸고 단장을 시작했다.
이런 거다. 우린 조인성, 송혜교 커플의 비주얼을 보는 낙에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본다. 두 사람의 지독한 케미를 보는 맛이 이 드라마의 치명적 매력이 된다는 건 어쩔 수 없다. 눈이 즐거운 것, 이 드라마를 탐닉하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아닐까. 물론 이 작품이 단지 비주얼에만 기대는 게 아니라 노희경 작가의 쫀쫀한 대본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윤가이 기자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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