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WBC 스토리] 야구장에 웬 사복경찰? WBC의 세심한 배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2.28 0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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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대만 군인 올스타의 경기가 벌어진 27일 대만 도류구장. 이날 대표팀이 사용한 1루 측 더그아웃 앞에 선글라스를 낀 거한이 서 있었다.
그의 정체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협조를 받아 WBC 조직위원회(WBCI)에서 파견한 사복경찰로 이름은 로렌조 글렌이다. 경기 전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간혹 출입증이 없는 사람이 더그아웃 쪽으로 다가오면 제지하곤 했다.

WBCI는 1회 대회부터 각 팀당 한 명씩 사복경찰을 배치하고 있다. 이들은 더그아웃에서 라커룸으로 통하는 통로에 서서 확인되지 않은 자들을 제지하는 임무를 맡는다. KBO 박근찬 홍보팀장은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파견됐다. 미국 현직 경찰인데 경기장에서는 사복을 입고 있는다"고 설명했다.
WBC에서 통제하는 공식 대회일정이 시작된 26일 글렌은 대표팀과 첫 만남을 가졌다. 한국 대표팀을 담당하게 된 글렌은 앞으로 대회가 끝날 때까지 동행하게 된다.
글렌은 자신이 한국 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본인에게 물어보니 "한국은 열정이 넘치는 팀이라 흥미가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캘리포니아에서 경찰로 일하고 있는 글렌은 2006년과 2009년에도 WBC에 경호업무를 하기 위해 참가했다. 당시에는 한국 대표팀을 맡지 않았는데 "강한 팀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장에서 선수들의 신변에 위협이 느껴질 정도의 소요사태는 자주 있는일이 아니다. 멀리서 이물질을 던지는 일은 있어도 직접 습격을 하지는 않는다. 예전 한국 프로야구에서 몇 차례 그런 일이 있었지만 관중문화가 성숙되면서 최근에는 거의 그런일이 없다.
그렇지만 WBCI는 만약의 일을 대비해 본선에 진출한 16개 팀에 전속 사복경찰 한 명씩을 배속했다. 대표팀 선수와 코칭스태프, 매니저들 모두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인 셈이다.
아직 한국 선수와는 친해지지 못했다는 글렌. 그는 "한국 대표팀이 반드시 샌프란시스코까지 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야구를 오래 보지 않겠냐"면서 "(한국 대표팀에) 행운을 빈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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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대만)=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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