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찬이 부상 전까지는 5선발도 아니고 후배들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했다”.
5년 간 52승을 올렸고 그 기간 동안 총 743⅓이닝을 던졌다. 한 시즌 평균 148⅔이닝. 직구 위주의 투구라 기복이 심하다는 평도 들었고 그 평가 속에 기교파 투수로 변모하며 새로운 길을 찾았다. 2년 전 16승을 거뒀으나 지난 시즌에는 10승이 빠진 6승.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163⅓이닝을 소화했다. 두산 베어스 투수진의 맏형 ‘써니’ 김선우(36)가 그 주인공이다.
10여 년 간의 미국 외유를 거쳐 지난 2008년 두산에 입단하며 에이스로 주목받았던 김선우는 지난해까지 통산 134경기 52승 39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17을 기록했다. 부상도 겪었고 국내 무대 초반 직구 위주의 투구가 타자들에게 통하지 않는 바람에 고전하기도 했으나 최근 5년 간 두산 선발진에서 한 축을 지키며 공헌한 주축 선발 투수임에 틀림없다. 야구 외적으로는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해주고자 하며 때로 쓴소리도 하는 라커룸 리더 중 한 명이다.

현재 김선우는 두산 투수진에서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는 선수’의 대우를 받고 있다. 김진욱 감독과 정명원 코치는 “두 투수에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 페이스에 맞춰 훈련을 하고 몸을 만들어 가고 있다”라며 신뢰감을 나타냈다. 국내 무대 6년차 시즌을 앞둔 김선우는 지난 27일 불펜피칭 90구를 소화하며 오는 4일 청백전에서의 실전 등판을 준비 중이다.
“이번 전지훈련은 러닝 위주로 많이 끌고 갔다.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께서 믿어주시는 데 대한 책임감과 의무도 마땅히 갖고 있다. 4일 청백전에서 전지훈련 처음이자 마지막 실전 등판을 갖게 될 것 같은데 감을 잡기 위해서 초반 40구는 조금 슬슬 던지고 이후 50구는 전력으로, 직구 위주로 던졌다. 체인지업은 괜찮았는데 커브 제구가 다소 아쉽더라”.
지난해 김선우의 성적은 6승 9패 평균자책점 4.52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4회. 2011시즌 16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3의 성적과 비교하면 로테이션을 거의 거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팬들이나 본인이나 크게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다. ‘승리는 그 날의 운’이라며 승수에 크게 연연하지 않던 김선우지만 지난해는 확실한 회한을 남겼다.

“지난 시즌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그 직전 해에 16승을 올린 만큼 그래도 그에 필적하는 성적은 올려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나 자신을 스스로 옭아맨 것 같았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5이닝 무실점 당시 ‘좀 더 이닝을 소화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있지만 이미 지난 일이지 않은가”.
앞서 언급했다시피 김선우는 니퍼트와 함께 '몸 관리를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자율이라는 단어 뒤에는 당위성과 의무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 1997년 보스턴 입단 이후 17시즌 째 프로 물을 먹고 있는 김선우가 그 뜻을 모를 리 없다.
“믿어주시는 자체는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그만큼 더 책임감을 부여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프로 선수로서 자율적 관리 하에 있다는 것은 본격적인 실전 투입에 앞서 나 자신을 100%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것은 내게 주어진 의무이자 책임감이다. 무릎 상태는 확실히 예년보다 괜찮다. 그래서 이번 훈련 동안 러닝에 비중을 많이 두고 젊은 후배들의 운동량을 최대한 쫓아가고자 했고”.
그와 함께 김선우는 “나는 5선발이다. (이)용찬이가 팔꿈치 부상으로 아쉽게 전열 이탈하기 전까지는 5선발도 아니고 후배들과 경쟁하는 입장이었다”라며 스스로 몸을 낮췄다. 후배들의 성장세를 지켜보며 자신이 그동안 겪었던 경험들을 이야기해주는 선배로 올 시즌을 보내고 싶다는 말이 이어졌다.
“크게 욕심을 갖기보다 나 자신의 위치가 현재 5선발이라는 생각으로 훈련 중이다. 용찬이의 부상 전까지는 나도 경쟁하는 입장이었다. 아이들과 경쟁하면서도 내가 그동안 경험했던 것들과 투구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 또 의견 교환을 하고 싶다”.
올 시즌은 홀수 구단 체제로 운용되는 만큼 선발 로테이션 휴식기가 일정하지 않을 전망이다. 김선우는 ‘나는 5선발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최대한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가능한 많은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싶다. 15~16회 이상 정도를 꾸준한 경기력으로 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 성적을 지나치게 욕심 내 무리하고 고집을 부리고 싶지도 않다. 팀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투수, 가장 좋은 컨디션을 갖춘 투수가 우선적으로 나가는 것이 좋은 일이다. 물론 그에 따라 나도 가장 좋은 컨디션을 꾸준하게 지켜가고자 한다. 그렇다고 개인 성적에 대한 바람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기대에 못 미친 만큼 올 시즌에도 못하면 나를 바라보는 평가의 시선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그만큼 독한 마음으로 시즌을 치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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