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우는 데 이리 예쁘기도 힘들어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02.28 08: 41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시청하며 드는 생각은 여주인공 송혜교가 참 힘들겠다는 것이다. 거의 매회 격렬한 감정신, 그것도 눈물 연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남자주인공 조인성도 마찬가지다.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남자와 죽으려고 애를 쓰는 여자의 예민한 감정선과 미묘한 갈등 그리고 심리전이 끝없이 반복되며 긴장감을 부여한다.
눈물 연기는 대다수의 배우들에게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절제된 눈물로, 때론 격한 오열로 감정을 폭발시켜야 하는 송혜교는 그 모습이 처절하고 아름다운 만큼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지난 27일 방송분에서 송혜교는 격한 감정을 끌어올려 오열하는 '오영'의 모습을 보여줬다. 주위에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었던, 그래서 외롭기 짝이 없는 날들 가운데 21년 만에 오빠 오수(조인성 분)가 찾아왔다. 뼛속 깊은 그리움과 서운함에 정 주지 않으리라 다짐한 그 오빠는 어느새 성큼성큼 자신의 일상으로, 가슴으로 들어왔다. 믿고 싶지 않았던 오빠와의 만남은 어느덧 행복이 되어 있다. 오수가 자신의 친 오빠라는 사실을 믿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슴 속 빗장이 빠르게 풀렸고 '(오빠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 곁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감사한 나날이 시작되던 참이다.

그런데 희선(정은지 분)의 폭로 때문에 자신의 오빠가 사기꾼이며 결국 돈을 노리고 돌아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을 참을 수 없었다. 일부러 자신을 학대라도 하듯, 맘에도 없는 약혼자 이명호와 서둘러 데이트 약속을 잡고, 짐짓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자신을 데리러 온 오빠에게 '죽여달라'고 소원하다 결국 참았던 눈물을 폭발했다. 그 순간, 오영의 눈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오수에 대한 배신감과 믿음에 대한 좌절, 결국 고독의 나락으로 다시 떨어진 제 영혼에 대한 연민, 혹은 후회...
이날 오영의 눈물은 이렇게 아주 촘촘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그 복잡하고도 미묘한, 그래서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통곡으로 드러난 오영의 속내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찢어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를 연기하는 송혜교는 예쁜 척도 버리고 아이처럼 엉엉 소릴 내며 모든 걸 쏟아냈다.
'그 겨울'에서 흘리는 송혜교의 눈물은 농도가 달라진 듯 보인다. 이전보다 한층 짙고 성숙한 눈물을 뚝뚝 흘려낸다. '울어도 예뻐야 하는' 여배우들에게 눈물 연기는 가장 큰 무기임과 동시에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스킬이다. 이 작품에서 송혜교는 예쁜 척을 버리고 다양한 유형의 눈물 연기를 선보이는데, 이 모두가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장면들로 태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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