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식 동기’ 이정호, “기복 줄이고 수싸움 특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3.01 06: 46

“중도 귀국하지 않은 데 대한 기대감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며 더욱 기량을 쌓고자 합니다”.
2010년 8월 열린 2011 신인 드래프트 당시 최대어는 단연 광주일고 좌완 유창식(한화)이었다. 빠르고 묵직한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를 갖추며 모교의 2관왕을 이끈 유창식은 당연히 드래프트 전체 1순위(계약금 7억원)로 한화에 지명되었다. 그리고 같은 날 광주일고 마운드의 2인자로서 2관왕에 함께 힘을 보탠 사이드암 이정호(21, 두산 베어스)는 7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184cm 88kg의 체격에 140km대 초중반의 직구와 예리한 체인지업을 구사할 수 있던 사이드암 이정호는 즉시 전력감 평을 받던 동기생 좌완과 달리 아직 보완점이 많다는 평가 아래 전지훈련 대신 국내 잔류조로 훈련했다. 첫 합류는 물론이고 2012년 2년차 시즌을 앞두고도 이정호는 미국 애리조나-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이 아닌 잔류군의 부산 전지훈련에서 땀을 흘렸다.

그러나 현재 이정호는 두산 마운드에서 의외의 복병 중 한 명으로 꼽을 만 하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전천후로 활약하며 19경기 3승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19(북부 4위)를 기록한 이정호는 퓨처스팀이 강력 추천하는 투수 유망주 중 한 명이었고 지금은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 막판까지 잔류군행 대신 본진 합류 중이다. 연습경기에서도 출장 기회를 얻으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이정호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성실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강력한 동기부여 속 훈련 중인 이정호는 “첫 전지훈련 합류인 만큼 시작부터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더욱 보여드리고자 노력 중이다”라며 활짝 웃었다.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었던 유망주는 꿈에 그리던 1군 진입을 향해 한 걸음 씩 나아간다는 점이 많이 기뻤던 모양이다.
“고교 시절이요? (유)창식이야 워낙 또래들 중 잘했으니까요. 저는 팀에서 원하는 임무를 받고 제 역할을 열심히 하면 되는 거였는데요. 우리 팀 에이스가 크게 주목을 받는 것에 대해 시샘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저도 제 자리에서 모교의 전국대회 2관왕에 힘을 보탰습니다”.
퓨처스리그에서의 출장 기회를 늘리며 경험을 쌓고 조금씩 자신감을 얻고 있는 이정호는 자신의 장점을 자평해달라는 질문에 “투수로서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수싸움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대체로 20대 초반의 유망주들에게 장점을 자평해달라는 질문에 어떤 변화구를 던질 수 있고 몇 km까지 던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떠올렸을 때 이정호의 답변은 신선했다.
반대로 단점을 꼽아달라고 묻자 그는 “경기마다 기복이 큰 편이다. 그래서 올해는 그 편차를 최대한 줄이고 장점을 특화해 1군 무대를 밟고 싶다”라고 밝혔다. 타자의 수를 읽고자 노력하고 허를 찌르는 전략을 주무기로 삼는 기교파 유망주임을 알 수 있다.
현재 두산 투수진에서 오른손 잠수함 투수 쪽은 경쟁의 벽이 생각만큼 높지 않다. 2011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김성배(롯데)와 이재학(NC)이 이적했고 지난해 11월 신생 NC가 지명권을 행사한 특별 지명으로는 승리 계투로 활약했던 고창성을 내줬다. 현재 1군 주력 멤버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확보한 우완 잠수함은 2년차 변진수 정도. 팀 입장에서는 선수층이 얇아진 위기로 볼 수 있으나 반대로 유망주들 입장에서는 더 많은 기회를 받아먹을 수 있는 호기다.
“미리 무엇을 생각해두기보다 현재 제 위치에서 충실하자는 것이 지금 제 생각이에요. 지금 여기서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팀에 공헌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내세운다면 저도 1군 무대를 밟고 제 공을 보여드릴 수 있겠지요. 그리고 기회를 쌓아가며 염원하던 큰 목표도 이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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