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승엽·대호·태균, '공존 묘안'은 뭘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3.01 06: 32

이승엽(37,삼성)과 김태균(31,한화)이 플래툰 시스템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플래툰 시스템은 1949년 뉴욕 양키스의 케이시 스텡걸 감독에 의해 정립된 선수운용 방식이다. 쉽게 말하자면 한 포지션에 주전급 선수 둘을 놓고 상황에 따라 기용하는 것이다. 흔히 야구에서는 좌타자와 우타자를 해당 포지션에 놓고 상대 투수에 따라 기용하는 식으로 플래툰 시스템을 운용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이승엽과 김태균, 그리고 이대호(31,오릭스)라는 당대에 걸출한 1루수를 보유하고 있다. 1루수와 지명타자로 두 명이 나가도 한 명은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류중일(50) 감독은 "한 명이라도 컨디션이 떨어지면 모를까 셋 다 감각이 좋아 걱정이다. 다 쓸 방법이 없나"라고 고민하고 있다.

일단 4번 타자는 이대호가 붙박이로 나간다. 류 감독은 "이대호는 고정을 시키고 이승엽과 김태균 중 상대 선발을 보고 3번에 넣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대호와 김태균이 플래툰 시스템으로 기용되는 상황이 생겼다.
자원낭비라는 지적도 있지만 야구계는 이번 대표팀 선수선발에 지지를 보낸다.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NC 김경문(55) 감독은 "나라도 1루수를 그렇게 셋 뽑았을 것 같다. 경기 막판 믿을만한 타자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1회 WBC에서도 이승엽과 김태균, 그리고 최희섭(34,KIA) 세 명의 1루수가 대회에 나갔다. 이승엽과 최희섭이 번갈아 1루와 지명타자를 맡고 김태균이 대타로 출전하는 식이었다. 당시에도 큰 무리없이 세 명의 1루수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야구 규칙으로는 1루수 세 명이 선발로 출격하는 방법이 없다. 류 감독은 농담으로 "10번 타자까지 또 운용할 수는 없을까"라고 입맛을 다셨다. 대표팀은 컨디션 조율을 위해 NC와의 평가전 4번을 10번 타자까지 뒀는데 '빅 3' 가운데 두 명을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한 가지 방법은 있다. 이대호가 3루수로 출전하는 것. 그러나 류 감독은 "어떤 감독이든 수비 불안을 감수하고 1점을 더 얻는 것보다 공격력이 좀 약해지더라도 1점 지키는 걸 선호할 것이다. 최정의 수비도 괜찮으니 이대호가 3루수로 나가는 건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본선에서의 컨디션이다. 현재 거론되는 타순은 본 대회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잘 하는 선수가 계속 선발출전 기회를 얻는 것. 1루수 출전 시간을 배분하는 '황금률'은 성적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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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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