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의 귀중한 깨달음, '긍정의 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3.01 06: 44

긍정적인 생각이 많은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생각이 나쁜 쪽으로 많아질 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대다수다. 2012년 임찬규(21, LG)는 전형적인 후자였다. 성적이 떨어진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임찬규의 데뷔 시즌은 화려했다. 신인이 무려 65경기에 나온 것도 성공적인데 성적도 좋았다. 9승6패7세이브를 기록했다. 신인왕 후보까지 올랐다. 성공적인 앞길이 열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난해는 흔히 말하는 ‘2년차 징크스’가 임찬규를 지독하게 괴롭혔다. 1군에서 18경기에 나오는 데 그쳤고 승수는 1승에 불과했다. 앞으로 나가기는 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보는 사람도 안타까웠지만 역시 임찬규 자신이 가장 힘들었다. 임찬규는 지난 시즌이 끝날 무렵 부진의 원인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았다. 너무 많은 생각을 했고 대부분은 부정적인 생각이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 그때 임찬규는 과감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용기를내 까마득한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다행히 해결책은 그 안에 있었다.

선배들의 조언은 직설적이었다. 후배가 잘 되길 바라는 애정 넘치는 꾸지람이었다. 박용택(34)은 부진을 잊는 법을 가르쳤다. 박용택은 임찬규에게 “머리는 단순하게, 몸은 힘들게 하라. 그런데 넌 몸이 편하다보니 머리가 복잡하다”라고 꼬집었다. 임찬규는 “뜨끔했다”라고 회상했다.
이대진(39)의 조언도 비슷했다. “공도 잘 안 가고 살도 빠지는 것 같다. 군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미래도 걱정된다”라는 임찬규의 하소연에 이대진은 “왜 하나하나 고민을 하느냐. 야구만 잘하면 다 되는 일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라”라고 가르쳤다. 대선배의 이야기를 수첩에 일일이 메모하는 임찬규의 손길은 부끄러움에 계속 바빠졌다. 임찬규는 “선배님들의 말씀에 깨달은 것이 많았다. 이거다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래서 임찬규는 더 바삐 움직였다. 생각을 최대한 줄였다. 대신 운동을 열심히 했다. 잡념을 떨쳐버리기 위한 어린 투수의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어떻게 하면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만 했던 임찬규는 아무 생각 없이 많이 먹으며 러닝과 웨이트에 전념했다. 평소보다 더 많은 기준치를 정해놓고 그에 맞추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 결과는 스프링캠프에서의 최고 활약이다. 임찬규는 스스로 “몸 상태가 좋다”라고 자신했다. 너무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감도 있지만 임찬규는 이것저것 재지 않기로 했다. 일단 선발 로테이션 진입이라는 당면 과제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8일 SK와의 연습경기에서는 최고 147㎞의 공을 던지며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LG 선발투수 중 가장 좋은 몸 상태다.
차명석 LG 투수코치도 “몸이 불었다기보다는 좋아졌다는 말이 정확하다. 체력적인 부분과 하체가 좋아졌다. 그래서 공에 힘이 실리는 것”이러면서 “심리적인 부분도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다. 위축되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제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돈을 주고도 못 살 귀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임찬규는 “일단 선발 로테이션 진입이라는 하나의 목표만 보고 뛰겠다. 그 목표가 이뤄지면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다시 달려갈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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