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유망주가 자신을 가뒀던 알을 서서히 깨뜨리고 있다. 이제 세상의 빛을 보기 일보직전까지 이르렀다. SK 외야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이명기(26)가 절박함과 함께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신진세력 키우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SK는 이번 전지훈련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여럿 발견하고 있다.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다. 팀은 투수보다 야수 쪽에 좀 더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외야에서는 단연 이명기의 이름이 돋보인다.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 야수 MVP를 차지할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인천고를 졸업한 이명기는 2006년 SK에 지명됐다. 신인 때부터 잠재력은 누구나 인정하는 유망주였다. 타격 재질과 기동력을 갖춰 멀티 플레이어로의 성장이 기대됐다. 스프링캠프 때의 성과도 항상 좋았다. “올해는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는 코칭스태프의 귀띔은 해마다 이어졌다. 그러나 1군의 벽은 높았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1군 출장은 14경기에 그쳤다.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수많은 유망주의 전형이었다.

이명기는 당시를 회상하며 “절박함이 없었다”라고 반성했다. 이명기는 “좋은 평가를 받다가도 2군에 내려가면 그냥 자포자기하는 심정도 있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1군에 올라가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은 겨울과 봄에 한정됐다는 고백이다.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꾸준히 받기가 어려웠다.
이런 반성은 지금의 모습이 달라졌기에 가능하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생각이 달라졌다. 2년간 공익근무요원으로 지낸 이명기는 소집해제 후 더 절실하게 야구에 매달리고 있다. 이명기는 “2년 동안 야구를 쉬었다. 그 사이 절로 야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은 야구가 참 재밌다”라고 웃었다. 공백기간이 야구에 대한 절박함을 키운 셈이다. 이명기는 “예전에는 ‘안 되면 군대가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없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이명기는 28일까지 오키나와에서 가진 SK의 연습경기 중 6번이나 선발 톱타자로 출전했다. 성적도 준수하다. 타율 3할1푼6리(19타수 6안타), 2타점, 4도루다. 방망이는 물론 도루도 팀에서 가장 많을 정도로 뛰어난 기동력을 과시하고 있다. 비록 연습경기 성적이지만 코칭스태프의 평가도 예사롭지 않다. 이만수 SK 감독은 “공·수·주에서 모두 재능이 있다. 지속적으로 기회를 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타격폼에는 큰 변화가 없다. 공백 때문에 폼이 조금씩 흔들리는 경향은 있는데 훈련을 통해 잡아가는 과정이다”라고 설명한 이명기의 올해 목표는 붙박이 1군 진입이다. 욕심을 내지 않고 한 단계씩을 밟아간다는 각오다. 스프링캠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이명기의 절실함이 오키나와를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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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