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공 좋네. 올해는 아무런 문제 없겠어”
채병룡(31, SK)의 투구를 지켜보던 LG의 한 관계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타 팀 선수임을 생각하면 최고의 호평이었다. 이 관계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재활하러 미국까지 간 선수 아닌가. 그런데 실제로 보니 그런 우려와는 다르게 공이 좋다”라고 했다. 비록 캠프에는 늦게 합류했지만 채병룡의 가파른 상승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지난해 중반 팀에 합류한 채병룡은 관록 있는 피칭으로 SK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몸 상태가 100%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4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3.16으로 활약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경험과 배짱에서 우러나오는 투구를 선보였다. 좀 더 정상적인 여건을 갖출 올 시즌 성적이 기대되는 이유다.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악재도 있었다. 지난해 개인훈련을 거쳐 1월 초 애너하임 재활캠프에 합류한 채병룡은 팀의 체성분 테스트에 탈락해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 캠프 참가자들에 비해 몸을 만들기도 어려웠고 실전감각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시 스타답게 컨디션을 순조롭게 끌어올리고 있다. 본진에 뒤늦게 합류했음에도 전혀 밀릴 것이 없는 투구내용을 연일 선보이고 있다.
본진 합류 후 25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채병룡은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성공적인 첫 실전을 치렀다. 28일 LG와의 연습경기에서도 호투했다. 2이닝 동안 38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야수들의 실책이 없었다면 채병룡이 마운드에 있는 시간은 더 짧아질 수도 있었다. 묵직한 직구는 여전했고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던지는 변화구도 LG 타자들을 움찔하게 했다.
채병룡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마당쇠다. 선발은 물론 중간과 마무리에서도 능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리그 최고의 전천후 투수다. 채병룡이 정상적인 상태라면 SK 마운드 구상도 숨통이 트인다. 여건욱 문승원 등 신진 세력들이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기존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채병룡이 묵직한 반격으로 자리 지키기에 나섰다. SK의 마운드 경쟁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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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