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올해 스프링캠프는 내내 이산가족 신세다. 본진과 재활조가 떨어져 훈련한 시간이 길었다. 효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결정권자인 이만수(55) SK 감독이 그 이유를 밝혔다. 재활조에 대한 심리적 배려와 본진 선수들의 사기 측면이다.
SK는 많은 주축 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유는 딱 하나, 몸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재활에 들어간 김광현 엄정욱 등을 비롯, 채병룡 송은범 박경완 등 투·타의 핵심 요원들이 죄다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시작부터 ‘건강한’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을 소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체성분 테스트 탈락으로 플로리다 캠프 합류가 좌절됨에 따라 간극은 더 벌어졌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이 문제는 최고의 화두였다. 이 감독은 한국에 남아 있던 재활조 및 부상 선수들에게 11일 오키나와로의 조기 출국을 지시했다. 하지만 오키나와 캠프는 실전 위주로 진행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여기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본진과 재활조를 같이 운영하면서 따로 훈련을 하게 하는 방법, 그리고 아예 재활조의 물리적인 위치를 따로 떨어뜨려 놓는 방법이었다. 이 감독은 후자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실전에 들어갈 수 없는 박경완 엄정욱 김광현은 19일 오키나와에서 짐을 쌌다. 한국을 거쳐 22일 퓨처스팀(2군) 전지훈련지인 광저우로 떠났다. 나머지 재활 선수들은 SK의 구시가와 캠프가 아닌 나하 인근의 학교에서 훈련을 하다 순차적으로 합류했다. 27일 마지막 재활조였던 최영필 송은범이 본진에 합류함에 따라 겨우 재활캠프가 마무리된 상태다.
SK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구시가와 시영 구장 바로 옆에는 종합체육관이 있다. 지난해에는 재활조가 이곳에서 훈련을 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분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우선 재활조의 심리적 문제다. 이 감독은 “재활 선수들이 본진 선수들을 보며 미안함을 많이 느끼더라”라고 설명했다.
재활 선수들의 일과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짧다. 훈련 강도로만 보면 약한 것이 당연하다. 때문에 재활 선수들이 본진 선수들에 대한 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정된 훈련 시설이다 보니 효율성도 조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본진 선수들의 사기도 고려했다. 이 감독은 “경기에 뛰는 선수들은 재활하는 선수들을 보며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이 시샘하는 게 아니라 훈련 과정이 다르기에 자연스레 생길 수 있는 요소다.
이 감독은 “다른 나라에서도 본진과 재활조는 다 떨어뜨려 놓는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잡음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실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들만 본진과 함께 움직이고 몸이 좋지 않은 선수들은 따로 운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들을 모두 종합하면 본진과 재활조를 분리한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게 이 감독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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