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브라더!' 황정민씨, 당신 정말 나빠요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3.01 09: 06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나쁜' 황정민이 돌아왔다. 김지운 감독의 누아르 수작 '달콤한 인생'에서 대한민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악질 조폭 백 사장을 연기했던 그가 '신세계' 정청으로 분해 '어이~ 브라더'하고 부른다. 황정민의 악역 연기라니, 목덜미에 소름이 확 돋았다.
황정민은 자기 색깔이 없는 진정한 연기파다. 매 작품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캐릭터에 따라 무한 변신하는 카멜레온 배우다. 그래서 그의 악역을 참 오래 기다렸다. 지난 2005년 '달콤한 인생' 백 사장은 정말 '나쁜 놈'의 진수를 선보였으니까.
이후 '너는 내운명'의 순정파 김석중을 시작으로 우직한 형사 나두철('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열혈형사 도 경장('사생결단'), 바람둥이 클럽 사장 영수('행복') 등을 두루 거쳐 슈퍼맨과 맹인 검객, 우체국 직원에 서울시장까지 안해본 게 없다. 다작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악역은 없었던 게 아쉬움이었건만 드디어 올해 초 다시 조폭으로 등장했다. 황정민이 연기하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신세계'는 천만영화 '7번방의 선물' 흥행 태풍을 뚫고 순항중이다. 개봉 2주차에 벌써 170만명 관객을 동원했다. 황정민의 개인 최고흥행 기록인 '댄싱퀸' 400만을 가볍게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본인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겸손을 떨었다. '스태프가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던 황정민이 이번엔 '저는 조연일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영화를 본 사람은 안다. '신세계'는 정청이 보이는 영화다. 그의 대사 하나 하나, 오가는 표정들에서 전율하고 흥분하며 몸을 부르르 떨게되는 이야기다. 특히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입가를 맴돌게 할 만큼 강한 중독성을 가진, 가장 인기 있는 최고의 명대사는 단연 “브라더~”다. 영화 속 조폭 두목 정청이 프락치 자성(이정재 분)을 부르는 “어이~브라더!” 호칭은 벌써 장안의 유행어로 자리매김할 조짐이다.
또 정청이 핼쑥해진 자성을 토닥이며 “우리 브라더는 이 행님만 믿으면 돼야~” 한 마디에 관객들은 '달콤한 인생' 백 사장과 전혀 다른 종류의 악질 조폭을 만나게 된다. 정청 쪽은 마냥 미워할수 없는 캐릭터다. 황정민의 감칠 맛나는 인간미가 적당히 녹아들면서 매력적인 악역이 탄생한 것이다. 역시 황정민은 비슷한 역할을 맡더라도 영화마다 확실히 달라진다. 그가 자주 강조하는 "누구건 사람들 마음 속에는 수백가지 본성이 다 들어있다"는 지론을 연기로 입증하고 있다.
정청은 경찰 강 과장(최민식 분)의 골드문 자료를 보고 혀를 내두르며 “빨대를 여기저기 많이 꽂아뒀네요. 배부르것소”라고 비웃는다. 기자는 '신세계' 정청, 황정민의 연기를 보고 모처럼 배가 불렀다. 소리 소문없이 CJ가 극장 입장료를 마구 올렸지만, 돈이 아깝지 않았다. "황정민씨, 당신 정말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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