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보여준 게 하나도 없다".
채태인(31, 삼성)이 이를 악물었다. 2008년 최형우, 박석민과 함께 삼성 타선의 세대 교체를 이끌었던 채태인은 2009년 타율 2할9푼3리 17홈런 72타점 58득점, 2010년 타율 2할9푼2리 14홈런 54타점 48득점으로 주축 타자로서 제 역할을 소화했다.
하지만 그는 뇌진탕 후유증에 시달리는 등 잇딴 부상과 부진 속에 2011년부터 2년간 하향 곡선을 그렸다. 채태인은 지난해 연봉에서 54.5% 삭감된 6000만원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고 괌 1차 전훈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프로 데뷔 후 가장 큰 시련을 겪었다.

괌 2군 캠프에서 독기를 품고 훈련에만 몰두했던 채태인은 1군의 부름을 받고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채태인은 24일 SK 와이번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우월 투런 아치를 터트리는 등 28일까지 타율 3할3푼3리(18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3득점으로 맹타를 과시 중이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진두지휘 중인 류중일 삼성 감독은 채태인의 첫 홈런 소식을 접한 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라고 파안대소하기도. 채태인은 삼성 스포츠단과의 전지훈련 리포트 영상 인터뷰를 통해 속내를 털어 놓았다.
뇌진탕 후유증에 시달렸던 그는 "아직 잘 모르겠다. 솔직히 왔다갔다 한다"고 현재 상태를 설명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던가. 채태인은 겨우내 마음 고생을 통해 한층 더 강해진 느낌이었다.
"이곳에 온 것도 10일 정도 늦었다. 그리고 괌 합류도 1군 선수들도 늦게 했다. 정신력이 약한 부분도 있겠지만 2년간 보여준 게 하나도 없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했으니 3연패를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류 감독은 "지난해 부진했던 채태인이 올 시즌 어느 만큼 해주느냐가 관건"이라며 "지난해처럼 이승엽과 채태인을 지명타자와 1루수로 번갈아 기용할 생각"이라고 활용 계획을 공개했다.
채태인은 "승엽이형은 국민타자다. 승엽이형이 잘 하면 못 뛰는 건 당연하다. 승엽이형의 체력 안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채태인은 "올해는 야구만 잘 할 수 있는 사고를 치도록 노력하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삼성 좌타 군단의 마지막 퍼즐 조각인 채태인이 올 시즌 명예 회복에 성공할까. 올 시즌 삼성 타선의 운명은 채태인에게 달려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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