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최대 장점이잖아요. 빠르면 빨랐지 제 스스로 수빈이보다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도루 성공률 75%를 넘는 주자는 특급 준족으로 평가받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의 진루를 막으려는 모든 포수들의 평균 도루 저지율은 2할5푼 이하에 불과하다는 말과 같다. 통산 도루 94개에 성공률 76.4%를 기록하며 팀의 발야구 선봉 중 한 명으로 활약하던 민병헌(26, 두산 베어스)이 팀의 발야구 부활과 약점으로 지적받던 타격 면에서의 쾌속 성장을 꿈꾼다.
2006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2차 2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민병헌은 2007시즌 임재철이 비웠던 주전 우익수 자리를 꿰찬 뒤 2할4푼4리 3홈런 31타점 30도루(4위)를 기록하며 47도루(2위)를 기록한 이종욱, 36도루(3위)의 고영민과 함께 두산 육상부 3인방으로 활약했다. 시즌 후에는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베이징 올림픽 상비군은 물론 1차 예선 엔트리에도 승선했던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민병헌은 오랫동안 주전 우익수로 활약하지 못했다. 2008시즌 톱타자로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타율이 1할9푼4리로 급전직하했고 도루를 시도하다 손 골절상을 두 차례 당했다. 2009년 주전 중견수 이종욱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도 했으나 이종욱의 복귀와 함께 다시 벤치 멤버로 대수비, 대주자로의 투입을 기다려야 했다.
벤치 멤버로의 생활이 길어짐에 따라 민병헌은 2010시즌 후 병역 의무 이행을 택하며 경찰청으로 입대했다. 2011년 3할7푼3리로 퓨처스리그 타격왕좌에 오른 민병헌은 지난 시즌에도 퓨처스리그에서 3할4푼2리 6홈런 51타점 24도루로 활약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인해 주춤했으나 페이스를 찾으며 북부리그 도루 1위에 올랐다. 제대와 함께 정수빈의 안면 골절상 여파로 부랴부랴 합류했던 민병헌은 퓨처스리그 종료 후 쉬고 있다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7타수 1안타에 그쳤다.
현재 민병헌은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야수층이 두꺼워 격일제로 경기에 나서고 있으나 이전까지 약점으로 꼽혔던 타격 면에서 12타수 4안타(3할3푼3리)로 괜찮은 정확성을 보여주는 중. 타구 방향이나 질도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민병헌은 “연습경기에서 6할6푼7리를 때려내도 페넌트레이스에서 2할5푼도 못 미치면 소용없는 일”이라며 웃었다.
“몸도 좋고 크게 컨디션이 나쁜 곳도 없어요. 지난해 말 제대에 맞춰 미리 이야기가 있었더라면 퓨처스리그 종료 후 준비를 했을 텐데. 준비가 덜 되어있었고 그러다보니 플레이도 아쉬웠고. 수빈이가 갑작스레 다친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해서 아쉬웠지요”.
수비-주루에 있어서는 팀 내는 물론 리그에서도 크게 부족함이 없는 민병헌이 2007시즌 주전 우익수로 자리했으나 자리를 다시 잃어버린 데는 타격 면에서 위력을 비추지 못한 탓이 컸다. 따라서 민병헌은 야구 시작 이래 가장 큰 변화를 택했다. 이전까지 민병헌은 다리를 크게 움직이지 않고 내려찍는 타격을 해왔다. 공을 맞추는 데는 수월했으나 힘을 제대로 싣기는 힘들었던 만큼 민병헌은 왼발을 약간 올렸다 내리면서 때려내는 중심이동 타격으로 변화를 줬다.
“야구 시작 이래 가장 큰 변화에요. 초등학교 때 아주 잠깐 이렇게 쳐 본 이후로는 크게 변화를 두지 않았으니까. 몸의 밸런스를 맞추며 약간 날아드는 공을 불러들이는 느낌으로 때려내면서 타이밍을 맞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내가 노리고 있는 공은 더 잘 때릴 수 있을테니까요”.
우익수 경쟁에 있어 민병헌은 후발 주자다. 지난 2년 간 주전으로 출장했던 정수빈은 지난 시즌 2할3푼5리에 그쳤으나 빠른 발과 강견호수를 검증받았다. 그리고 베테랑 임재철도 여전한 힘을 과시 중이다. 민병헌도 수비-주루로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에게까지 인정받았으나 현재로 봤을 때 분명 추격하는 입장이다.
“아직은 제가 후발 주자라는 점은 인정해요. 그만큼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위력을 보여드려야 겠지요. 제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주루 플레이라고 생각해요. 내 최대 장점이니까. 그래도 제가 수빈이보다 빠르면 빨랐지 느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지난 2~3년 간 도루와 베이스러닝의 빈도가 크게 줄어든 만큼 두산은 올 시즌을 발야구 부활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주전으로서 풀타임 시즌은 단 한 해 뿐인 20대 중반의 외야수지만 통산 100도루까지 불과 6개를 남겨 둔 민병헌이 1군에서 다시 꾸준한 기회를 가질 여지는 충분히 있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