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레이예스, 진지남으로 돌변한 사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3.02 10: 44

SK의 새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29)는 항상 유쾌하다. 야구를 할 때는 진지하지만 글러브를 벗으면 항상 웃는 낯빛이다. “레이예스는 지구 어디를 가든 사는 데는 지장 없을 것”라는 한 선수의 말처럼 붙임성도 좋다. 캠프 합류 40일 만에 팀 내 최고 인기 캐릭터로 떠오를 정도다.
그런데 그런 레이예스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마운드 위에서 그런 것도 아닌 숙소에서였다. 사연은 이랬다. SK는 지난달 28일 구시가와 시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연습경기에서 1-9로 크게 졌다. 연습경기에서 한 번 진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었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실책, 폭투, 어설픈 중계 플레이 등이 속출하며 자멸했다. 경기 후 이 부분만 특별 훈련을 할 정도로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만수 SK 감독도 이례적으로 경기 후 선수단을 불러 모아 이 부분을 지적했다. 내용이 좋지 않았으니 선수단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것도 당연했다. 이런 분위기는 다음날 아침까지도 계속됐다. 그 때 레이예스가 나섰다. 웃음으로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진지한 이야기로 동료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레이예스는 1일 아침 선수단 미팅 때 발언을 자청했다. 외국인 선수가 선수단 앞에 나서 마이크를 잡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하지만 레이예스는 웃음기가 싹 사라진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레이예스는 “선수들이나 코치들이나 기나긴 스프링캠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어쨌든 야구는 재미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구를 할 때는 재밌게 하자”라고 당부의 말을 건넸다.
한국에서는 어디까지나 신입 외국인 선수지만 레이예스의 경력은 상당한 편이다. 루키 레벨에 데뷔한 시기가 2003년이니 프로생활도 어림잡아 10년을 한 중견급이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여러 팀을 오고 간 이력도 있다. 그 중에서는 분위기가 좋은 팀도, 나쁜 팀도 있었다. 팀의 분위기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런 그가 다른 방식으로 분위기 메이커 몫을 한 것이다.
레이예스의 돌발 행동(?)을 본 선수들은 처음에 놀라면서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항상 장난만 칠 것 같은 이미지의 레이예스가 한 말이기에 더 설득력이 있었다. SK 선수들은 “레이예스의 격려로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효과였을까. SK는 1일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끝에 2-1로 이겼다. 전날의 ‘실책 퍼레이드’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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