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55) SK 감독의 지갑이 텅 비었다. 고작 1분 만에 60만 원에 가까운 돈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감독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전혀 아깝지 않은 곳에 돈을 쓴 까닭이다.
오키나와에서 실전 위주의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SK는 1일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 2-1로 이겼다. 팽팽한 승부였지만 결국 집중력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삼성이 경기 막판 찾아온 기회를 놓친 반면 SK는 마운드와 수비가 끈질기게 버티며 리드를 지킬 수 있었다.
경기 후 선수들과 미팅을 가진 이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단순히 승리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경기 내용에 주목하면서 경기 MVP를 발표했다. 보통 경기에서 이긴 뒤에는 1~2명인데 이날 이 감독의 입에서는 무려 5명의 이름이 나왔다. 투수 중에서는 문승원 여건욱, 야수 중에서는 이명기 한동민 김성현이 공동 MVP의 영예를 안았다.

문승원과 여건욱은 이날 나란히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 승리의 징검다리를 놨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선발 테스트를 받고 있는 두 선수의 호투는 분명 팀에 희망적인 요소였다. 타선에서도 이명기 한동민이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김성현은 결승 2타점을 때렸다. 이들은 이 감독의 지갑에서 나온 1만 엔(11만7000원)짜리 지폐를 한 장씩 받았다. 이 감독으로서는 순식간에 5만 엔(58만 원)이 날아간 셈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은 지출이었다.
사실 이 감독은 전날(28일) 선수들을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 SK는 지난달 28일 구시가와 시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연습경기에서 1-9로 졌다. 진 게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 엉망이었다. 내야수들은 평범한 내야 플라이들을 연거푸 놓치며 투수들을 힘들게 했다. 주자가 2루를 돌아 3루로 달리는데 중계가 2루로 향하는 프로답지 않은 장면도 나왔다. 콜 플레이라는 기본의 결여였다. 폭투나 돌발상황 발생시 백업 플레이도 낙제점이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야수들을 불러 모아 “기본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이날 경기는 기본기의 부재가 얼마나 뼈아픈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경기였다. 그래도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했으니 이 감독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을 터. 그런 와중에 곧바로 다음날 선수들이 깔끔한 수비와 강한 집중력으로 승리를 거뒀으니 이 감독이 흐뭇해한 것은 당연했다. 그 결과는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 좋은 화끈한 포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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