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찾은 문승원, SK 새 희망으로 무럭무럭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3.02 10: 44

아무리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라도 자신을 믿지 못하면 그 기량을 모두 발휘할 수 없다. 반대로 기량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자신감이 있으면 실력 이상의 힘을 내기도 한다.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문승원(24, SK)이 SK 마운드의 새 희망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배명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문승원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대학 최고의 투수로 이름을 날린 만큼 즉시 전력감으로 기대를 모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고 6월에서야 1군에 올라 단 2경기를 던지는 데 그쳤다. 기대가 컸기에 그만큼 아쉬움도 진했다.
구위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평가였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될 것이라는 게 문승원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문승원 내부에 있었다. 대학 무대를 평정했던 자신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프로라는 이름에 짓눌렸다. 자신의 실력을 모두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쫓기든 도망다니기만 했다. 문승원은 “작년에는 1군 경험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이름이 있는 타자라면 코너웍을 하기 바빴다”고 떠올렸다.

문승원은 “운동도 설렁설렁했던 것 같다.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은 당연했다”라고 담담히 털어놨다. 문승원은 등에 담이 자주 온다. 경기 후나 버스로 이동한 뒤에는 등이 자꾸 아팠다. 아프다보니 제대로 된 운동을 할 엄두가 안 났다. 어찌 보면 스스로를 나태하게 만드는 핑계였다. 그렇게 1년은 금세 지나갔다.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문승원은 지난해 교육리그와 마무리훈련, 그리고 전지훈련까지 쉴 새 없는 일정을 소화 중이다. 지칠 법도 하지만 성실하게 훈련하고 있다. 기량의 발전도 괄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붙었다. 문승원은 “지난해 이맘때와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붙었다. 운동도 열심히 했고 등도 반신욕을 자주하며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해가지 않기로 했다. 문승원은 “직구 구속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제는 피해가지 않고 승부를 걸고 있다”라고 했다. 또 커브의 각과 속도를 보완하는 동시에 겨울에는 체인지업을 배웠다. 선발로 성공하려면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구종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스스로는 “손에 다 익었다. 괜찮은 것 같다”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전지훈련 성적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플로리다 캠프부터 기회를 잡기 시작한 문승원은 오키나와에서 가진 세 차례의 연습경기에서 9이닝 동안 단 1실점만을 기록했다. “플로리다에서는 컨디션이 더 좋았는데 오키나와에서 조금 떨어진 것 같다”라고 하지만 현재 구위로도 기대를 모으기 충분하다. 한국을 떠날 때는 그저 유망주 신분이었던 문승원이 이제는 당당한 선발 후보로서 귀국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비행기에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같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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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원.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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