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메이저리그는 만만치 않았다.
LA 다저스 류현진(26)이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 첫 선발등판에서 진땀을 뺐다. 류현진은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첫 피홈런 포함 2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승패와 무관했지만 리그 최강 에인절스 타선으로부터 메이저리그의 힘을 실감해야 했다.
류현진이 얼마나 고전했는지는 그의 투구수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날 류현진은 총 47개의 공을 던졌다. 이닝당 23.5개. 그렇다고 류현진이 피해가는 피칭을 한 것은 아니다. 10타자를 맞아 8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 잡는 등 스트라이크(30개)가 볼(17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볼없이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것만 해도 4차례나 될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이었다.

그런데도 투구수가 많았던 것은 에인절스 타자들이 투스트라이크 이후 쉽게 현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회 1번타자 마이크 트라웃은 1B2S에서 3연속 볼을 골라내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류현진이 결정구로 활용한 4~5구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을 2번 연속 참는 선구안을 자랑했다. 트라웃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한 리그 정상급 타자다.
1회 1사 1루에서 조쉬 해밀턴에게 맞은 첫 홈런도 마찬가지였다. 류현진은 초구 스트라이크, 2구 파울로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했다. 그러나 이후 해밀턴은 파울 커트 2개와 3개의 볼을 골라내며 더해지며 풀카운트까지 갔다. 지난해 43홈런을 터뜨린 거포이지만 볼을 고르는 선구안도 대단했다. 결국 류현진은 8구째 몸쪽 높게 흘러가는 변화구를 통타당했다. 해밀턴에게는 조금만 높게 들어가도 여지없이 담장 밖이었다.
2회에도 선두타자 루이스 로드리게스를 상대로도 투스트라이크를 잡았으나 3구째 커브가 밋밋하게 들어가 우전 안타를 맞았고, 9번타자 앤드류 로마인게도 투스트라이크 이후 3~5구 변화구와 패스트볼이 모두 볼이 되어버렸다. 로마인은 류현진의 6구째 몸쪽 패스트볼을 끌어당겨 중견수 앞 안타로 연결시켰다. 수비의 도움으로 실점없이 넘어갔지만, 하위 타선에 3연속 안타를 맞으며 흔들렸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안타 3개를 맞았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웠다.
더군다나 류현진에게 3연속 안타를 때린 하위 타자들 모두 모두 시범경기라서 주전으로 나온 선수들이었다. 이날 경기에 나오지 않은 에인절스의 주축 타자 알버트 푸홀스, 알베르토 카야스포, 에릭 아이바, 하위 켄드릭 등 주전 선수들이라면 더 힘든 경기가 될 수 있었다.
흔히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강력한 힘을 앞세운 큰스윙으로 일관하는 것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을 상대한 에인절스 타자들은 강한 힘에 날카로운 눈과 정교함까지 갖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이고, 타자들의 페이스가 빨리 올라오는 시기라는 것을 감안할 때 결과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하지만 류현진으로서는 정규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가 어떤 곳인지 짐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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