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챔피언’ LG, '진짜' 달라지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3.02 07: 17

정말 올해는 다를 수 있을까. LG가 9개 구단 중 2013년을 가장 힘차게 열고 있다. 과제는 이 기세를 시즌까지 이어가는 것이지만 선수단에서는 이 과제 해결을 향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가을야구에 목말라있는 LG는 사이판과 오키나와를 거치며 겨우 내내 전력 담금질에 한창이다. 실전 위주로 치르고 있는 오키나와 캠프에서의 성적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9차례 연습경기를 치러 7승2패를 기록 중이다. 오키나와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다른 팀들이 5할 승률을 맞추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분명 LG의 성적은 예사롭지 않은 측면이 있다.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도 좋은 편이다. 투·타에서 짜임새 있는 힘을 바탕으로 승리한 경우가 많았다. 마운드는 “근래 들어 가장 좋은 구성”이라는 평가고 타선에서는 신예 선수들이 쑥쑥 성장하며 치열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팀 분위기는 말 그대로 살아있다. 지난 성적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선수들의 투지도 불타오른다. 오키나와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팀들 중 LG만큼 훈련시간이 시끄러운 팀은 없다.

LG는 최근 들어 시즌 초반에는 항상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는 LG의 질주에 팬들의 기대는 부풀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 처지며 결국 10월을 경기장이 아닌 연습장에서 보내곤 했다. 마치 LG를 지배하는 법칙같았다.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연습경기의 호성적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도 있다. 다만 올해는 더 나을 것이라는 은근한 자기주문이 선수단을 지배하고 있다.
팀 내 최고참급인 투수 류택현은 선수단의 자신감이 향상된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우선 전력의 향상이다. 정현욱을 FA로 영입하면서 어느 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불펜 구성을 갖춘 LG다. 항상 추격하는 처지였던 LG로서는 든든한 불펜이 선수들의 심리적인 안정감으로 연결될 법하다. 또 예비자원이 확충됐다. 류택현은 “나쁠 때도 분명 찾아올 텐데 류제국이나 이형종처럼 그 때 쓸 수 있는 자원들이 대기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타선에서는 밀릴 것이 없다는 게 류택현의 진단이다.
두 번째는 타 팀들의 상황이다. 지난해 4강권 팀들은 너도 나도 전력 누수에 고민하고 있다. 삼성은 정현욱의 이적과 권오준의 수술, SK는 정우람의 입대와 주축 선수들의 몸 상태, 두산은 이용찬의 수술, 롯데는 김주찬 홍성흔의 이적 공백이 있다. 이에 따라 LG 선수단 내에는 “조금만 더 열심히하면 4강 팀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목표가 막연한 것보다는 눈앞에 보일 때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요소가 화학반응을 일으키자 팀 사기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연습경기에서 승승장구하면서 팀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 목이 쉴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몸을 던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김기태 LG 감독은 “팀 분위기가 작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라는 질문에 “그런가요?”라고 되물으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캠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LG가 ‘연습경기 챔피언’의 위용을 시즌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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