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36)은 올 시즌 주전 자리를 후배 김선형(25)에게 내줬다. 프로 데뷔 후 줄곧 30분 가깝게 뛰다 벤치에 오래 앉아 있으려니 처음엔 어색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그저 팀 우승만을 위해 뛰고 있다.
이날 주희정은 올 시즌 출전 경기 중 가장 긴 36분7초간 코트를 누볐다.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삼성에 단 한 차례의 리드를 허용하지 않았다. 또 종료 3분7초를 남기고 64-57로 앞선 상황에서는 결정적인 3점슛을 넣었다.
예전처럼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주희정은 팀 승리를 위해 뛰었다. 자신의 기록을 챙기기 보다는 경기 조율과 함께 후배들을 다독이며 김선형을 대신 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했다.

시즌 초반 출전 시간이 줄었을 때 주희정은 날랜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나 시즌 중반 다소 주춤하기도 했다. 문경은 감독도 주희정에게 달라진 모습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 했다. 미팅을 통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정확하게 팀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됐고 이날 맹활약 했다.
그는 "4라운드까지는 속공할 때 돌파를 많이 했다. 그런데 5라운드부터는 다소 주춤했다. 돌파보다는 서서 하는 플레이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많이 치고 나가라는 주문을 받았다. 거기에 부응하려고 노력했고 70∼80%는 한 것 같다"며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KBL 데뷔 후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했던 주희정은 '기록의 사나이'다. 통산 어시스트를 비롯해 공격과 수비에 걸쳐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주목을 받았고 자기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고려대 중퇴 후 1997-1998시즌 KBL에 데뷔하면서 가장 오랫동안 KBL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주희정은 한 차례 통합우승을 달성한 기억이 있다. 그는 2000-2001시즌 삼성의 에이스로 활약, 팀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다. 챔피언결정전 MVP도 그의 몫이었다.
노련미를 갖춘 그는 다시 경기 전반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 김선형이 부상으로 인해 남은 경기 출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출전 시간이 늘어난 것에 대해 좋아하지 않았다. 팀 승리가 우선이기 때문에 일단 안정되는 것이 그에게는 더 중요했다.
주희정은 "시즌 초반에는 솔직히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2라운드를 지나 시즌을 치를수록 후배들이 잘 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 무엇보다 우승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만족한다. 나보다 팀 성적이 중요하다. 지금 내 역할은 주전이 아닌 식스맨으로서 주목받는 것이다. 오늘이 이번 시즌 3번째 수훈선수 인터뷰다. 플레이오프 때 또 이런 기회가 오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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