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지현과 송지효는 요즘 여성 관객들에게 '전생에 나라를 구한 여배우들'로 불리고 있다. 이들은 올 초 굵직한 두 영화들에서 멋진 3명의 남자를 상대하는 1명의 여자다.
전지현이 출연하는 '베를린'(류승완 감독)과 송지효가 등장하는 '신세계'(박훈정 감독)는 3명의 남자-1명의 여자란 비슷한 캐릭터 구조를 취하는데 이 속에서 이들은 분량을 떠나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특히 남자배우들과의 케미와 앙상블은 깊은 여운까지 남긴다.
이들은 약함과 강함이라는 상반된 매력을 동시에 지닌 범상치 않은 캐릭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베를린' 속 전지현은 북한 공작원 표종성(하정우)의 아내인 독일 북한 대사관 통역관 련정희로 분해 '도둑들'의 예니콜과는 다른 차분하고 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순간 순간 드러나는 그의 액션 감각과 트렌치 코트를 날리는 분위기 여신의 모습은 남성 관객들 뿐 아니라 여성 관객들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련정희는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세 남자들이 만드는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신세계'의 송지효는 보다 적극적인 변신으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극 중 송지효는 경찰 강과장(최민식)과 언더커버 이자성(이정재) 사이의 접선책인 비밀 경찰 신우 역을 맡았다.
단정하게 정리된 외모에 날카로울 만큼 똑 부러지는 말투, 여기에 흔들림 없는 강단 있는 성격은 송지효가 선보이는 새로운 여경찰의 모습이다. 청소년 관람불가인 이 영화에 가장 수위가 높고 비장한 장면 중 하나를 송지효가 담당하기도 한다. 예능에서 보여준 '멍지효'의 모습은 1%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극 중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라는 세 명의 남자들과 교감을 나누고 마찰하며 더욱 빛나는 것도 사실이다.
송지효 지난 2008년 개봉한 영화 '쌍화점'에서도 조인성, 주진모, 송중기 등의 남자배우들 속에 유일한 여배우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쌍화점'이 꽃미남 집단이었다면, '신세계'는 충무로 연기파들의 향연이란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전지현은 천만 클럽에 가입한 영화 '도둑들'에 이어 '베를린'을 연달아 선보이며 배우로서의 건재함을 가졌다. 특히 주로 원 톱이나 투 톱 주연을 맡았던 그가 남자 배우들과 적극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신선함과 노련미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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