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무엇인지 실감했다. 뚜렷한 과제도 남겨진 등판이었다.
LA 다저스 류현진(26)이 메이저리그 최강 타선으로 통하는 LA 에인절스를 맞아 진땀을 뺐다. 류현진은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템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첫 선발등판에서 첫 홈런과 실점을 허용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첫 선발등판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이날 류현진이 상대한 에인절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팀 타율(0.274) 1위를 차지한 강타선이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타자 알버트 푸홀스와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차지한 마이크 트라웃 그리고 FA 시장에서 영입된 거포 조쉬 해밀턴의 가세로 흠잡을 데 없는 타선을 구축했다.

이날 경기에도 에인절스는 트라웃, 피터 버조스, 해밀턴, 마크 트럼보, 크리스 이아네타 등 주전 선수들이 절반 이상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무릎 수술 후 재활 중인 푸홀스를 비롯해 에릭 아이바, 알베르토 카야스포, 하위 켄드릭 등이 빠졌지만 충분히 강한 타선이었다. 이들을 상대하면서 류현진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몸으로 직접 깨닫게 됐다.
가장 먼저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선구안과 정교함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2이닝 동안 47개 공을 던졌다. 10타자 중 8타자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등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으나 투스트라이크 이후 안타 3개를 맞았다. 특히 1회 볼넷을 얻은 1번타자 트라웃은 볼카운트 1B2S에서 류현진의 4~5구째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류현진에게 첫 피홈런을 안긴 해밀턴도 볼카운트 투스트라이크 이후 파울 커트 2개에다 3개의 볼을 골라냈다. 결국 던질 게 없어진 류현진이 8구째로 택한 슬라이더를 퍼올려 우중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몸쪽 높은 코스로 흘러갔고, 명백한 실투가 되고 말았다. 작은 실투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무자비함이 나타났다.
또 하나는 만만치 않은 하위 타자들의 힘. 2회 류현진으로부터 3연속 안타를 터뜨린 루이스 로드리게스, 루이스 히메네스, 앤드류 로마인은 백업 또는 마이너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정확하게 받아쳤다. 제 아무리 하위 타선이라도 어느 하나 만만한 타자들이 없다는 게 증명됐다. 거의 매이닝을 전력으로 투구해야 함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이날 류현진은 공격적인 투구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특히 우타자 바깥쪽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아직 몸쪽 승부가 이뤄지지 않았고, 주무기 체인지업을 제외한 커브·슬라이더의 제구가 원하는 대로 안 됐다. 남은 시범경기에서는 과감한 몸쪽 승부와 결정구로 활용할 변화구의 각을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는 게 과제가 될 전망. 에인절스전이 류현진에게는 아주 좋은 교훈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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