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극악무도한 캐릭터를 보면 분노한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막장 캐릭터를 표현하는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기 때문에 몰입도가 높다는 칭찬이기도 하다.
배우 최원영(37)도 그렇다. 그는 현재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마마보이 김철규 역을 맡아 매회 울었다가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혔다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철규가 욕을 먹으면 먹을수록 그를 연기하는 배우 최원영의 연기는 빛을 발하고 있다. 배우도 사람이기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 제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욕먹는 것은 달갑지 않다. 그런데 최원영은 캐릭터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작품에 몰입하고 있다.
“철규라는 인물을 좋게 보기 위해 마음을 먹었어요. 어떻게 보면 철규는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출하는 순수한 사람이에요. 물론 2% 부족하죠.”
최원영은 이 드라마에서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감정기복이 심한 철규를 눈빛으로만 설명하며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나게 한다. 그는 눈빛연기에 신경을 썼던 이유에 대해 캐릭터 때문이라고 했다. 악역에 가까운 철규이지만 어찌 보면 순수한 면모도 있는 까닭에 눈빛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는 것.
“철규는 어른과 어린이 중간지점에 있는 인물이에요. 아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죠. 그래서 불안하고 슬픈 감정을 눈빛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렇다고 계산해서 연기한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연기했죠.”
최원영은 극중 어머니 방영자 역을 맡은 박원숙과 함께 드라마의 긴장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욕하지만 볼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진상 모자’인 철규와 영자로 인해 ‘백년의 유산’ 인기는 쑥쑥 올라가고 있다. 박원숙은 지독스러운 시어머니를 연기하는 탓에 유난히 울거나 소리를 지르는 연기가 많다. 당연히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최원영은 “워낙 선생님이 연기를 맛깔스럽게 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잘 살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선생님이 가끔 연기를 하시다가 힘들어하시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배우가 보여줄 것은 연기 밖에 없다”
‘백년의 유산’은 새 인물이 투입된다. 바로 철규의 새로운 여자이자, 영자를 괴롭힐 마홍주 역의 심이영이다. 홍주는 영자의 속을 뒤집어놓을 수 있는 영악한 인물로 영자가 자신이 그동안 민채원(유진 분)을 괴롭힌 행동에 대해 반성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심이영 씨가 연기하는 홍주는 영자보다 한수위인 인물이에요. 영자가 채원을 그리워하게 되는 이유가 되죠. 나중에는 홍주가 철규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들었어요.”
최원영은 2002년 영화 ‘색즉시공’으로 데뷔했다. 연기만 10년 넘게 했는데 여전히 연기에 대한 갈증이 크다. 데뷔하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었고, 지금의 인지도를 올리는데 각고의 노력을 했던 그다. 때문에 연기를 쉬지 않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로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우가 보여줄 것은 연기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배우로서 대중에게 각인돼 있는 색깔이 아닌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도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 아닌 다른 최원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처음에 제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셨죠. 그동안의 이미지와 다르니깐요. 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철규를 연기하고 싶었죠.”
최원영은 혼기가 꽉 찬 미혼이다. 결혼 계획을 묻자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결혼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결혼에 대한 책도 읽고 중요한 글귀는 적어놓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잘 되지 않는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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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