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한 타선 뿐만이 아니었다. 쏟아진 실책과 패스트볼 그리고 견제사까지 수비와 주루에서도 기본기가 무너지며 굴욕적인 영봉패를 당했다.
한국이 WBC 첫 경기부터 굴욕적인 영봉패를 당한 데에는 무너진 기본기가 치명타였다. 한국은 2일(한국시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1라운드 B조 예선 첫 경기 네덜란드전에서 0-5 영봉패를 당했다. 수비 실책만 무려 4개가 쏟아져나왔고, 견제사와 패스트볼까지 보여줘서는 안 될 플레이들이 속출했다.
1회말 시작부터 수비가 불안했다. 1번타자 안드렐톤 시몬스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유격수 강정호가 잡았으나 1루 송구가 빗나갔다. 강정호의 실책은 2루수 정근우에게로 옮겨졌다. 계속된 1사 2루에서 로저 베르나디나의 2루 땅볼을 잡은 정근우의 송구가 깊었고 1루수 이대호가 팔을 뻗느라 베이스에 발을 뗀 사이 타자 주자가 세이프됐다.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뭔가 조직력이 맞지 않은 불안한 출발이었다.

7회에도 무사 만루에서 앤드류 존스의 투수 앞 땅볼 때 포수 강민호의 1루 악송구가 나왔다. 네덜란드 3루 주자 조나단 슈프의 홈 쇄도가 깊었지만 홈플레이트를 벗어나지 않은 강민호의 위치도 아쉬웠다. 8회에도 국내 최정상급 수비를 자랑하는 3루수 최정이 칼리안 샘스의 타구에 바운드를 맞추지 못한 실책을 범했다. 전염병처럼 번져나간 실책에 내야진이 총체적으로 흔들렸다.
포수 강민호는 7회 송구 실책를 저지르기에 앞서 패스트볼까지 범했다. 1사 2루에서 투수 손승락의 볼을 뒤로 빠뜨린 바람에 2루 주자 시몬스의 3루 진루를 허용했다. 결국 시몬스는 3-0에서 4-0으로 달아나는 득점을 만들었다. 이날 경기 승부를 가른 쐐기점이었다.
공격에서도 어이없는 플레이가 나왔다. 3회 2사 후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며 한국의 첫 출루에 성공한 최정이 곧 이어진 정근우 타석에서 네덜란드 좌완 투수 디에고마 마크웰의 연속된 1루 견제에 걸려 견제사를 당한 것이다. 마크웰이 두 차례나 1루 견제구를 던지며 경계심을 나타냈으나 정작 최정은 경계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집중력 싸움에서 밀린 것이다.
1~2회 WBC에서 한국은 빈틈없이 견고한 수비와 주루 플레이가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3회 WBC 첫 경기에서는 과연 '한국 야구가 맞느냐'는 의심이 들 만큼 허술했다. 한국이 한국다운 야구를 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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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대만)=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